1971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발생한 서울 명동 대연각호텔 화재는 22층 건물을 집어삼키고 16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방재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었지만 초고층 건축물은 태생적으로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높이가 500m를 넘는 초고층 건물에서 계단을 통해 대피하기 위해서는 1.5㎞ 이상을 걸어 나와야 한다. 화재시 발생하는 연기도 빠르게 상층부로 확산된다. 소방 장비가 초고층부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동 시간도 일반 건물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화재 안전장치가 중요한 이유다. 소방 · 방재전문 업체인 한방유비스 황현수 부사장은 "초고층 건축물은 일반 건축물의 안전장치 외에도 특수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층 건물에는 별도의 '피난 안전구역'이 마련된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피난하기 어려운 만큼 건물 중간 중간에 피난안전구역을 배치하고 화재가 발생하면 이곳으로 우선 대피한다. 화재가 확대되면 피난 안전구역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2단계 피난을 준비한다. 이를 위해 피난용 엘리베이터도 도입된다. 이 엘리베이터는 평상시에는 승객용으로 사용하다가 비상시에는 피난안전구역과 지상층만을 운행한다.

계단 수와 폭을 넓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피난할 수 있는 피난계단 기능도 개선한다. 질식사를 막기 위해 연기가 계단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설계한다.

소방시설도 확대 · 강화하는 추세다. 발화 장소를 정확히 파악해 폐쇄회로TV(CCTV)로 이를 확인한 뒤 빠른 시간에 화재를 진압한다. 소화용 물의 용량을 확대하고 물을 공급하는 수원도 여러 개 설치,자체 진화를 통해 초기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소방대원들의 원활한 통신을 위해 지하층뿐만 아니라 지상층에도 무선통신 보조설비를 설치한다.

소방시설 외에도 전기 · 기계 · 가스시설을 통합적으로 감시 · 제어할 수 있는 종합방재실을 도입해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대비한다. 폭발물을 실은 차량의 건물 진입을 막는 긴급차단시설을 갖추고 건물 내 급기구와 배기구를 높이 설치해 화생방 테러로부터 입주민들을 보호한다.

황 부사장은 "화재 예방부터 자체 진화까지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 안전장치는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