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 중소 건설사들의 텃밭이던 100억~300억원짜리 공사에 이제는 대형 건설사까지 참여하는 게 다반사예요. 건설사마다 일감 확보를 위해 매일 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

시공능력 200위권 건설사 영업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비 100억원대 수주시장까지 진출하면서 건설공사 발주시장에서 중견 건설사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대구 상리동 계성고 신축 공사는 사실상 메이저 건설사들의 경연장이 됐다. 설계가(설계회사의 예상 견적비용) 400억원짜리 공사에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현대엠코 등 이른바 1군업체를 비롯 범양건영 서희건설 등 12개 건설사가 수주경쟁을 벌였다. 이 공사는 결국 239억원을 써낸 범양건영이 따냈다. 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8%였다. 280억원을 써낸 서희건설은 이번 경쟁에서 꼴찌를 했다.

최근 발주된 부산 하단동 건국중 · 고등학교 신축 공사도 마찬가지다. 설계가가 120억원으로 과거에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공사이지만 삼성중공업 현대엠코 등 메이저 건설사 8곳이 수주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건설사 영업 팀장은 "이런 공사를 놓고 대형 건설사와 입찰경쟁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하는 아파트 공사에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시공능력 10위권 이내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사례도 흔해졌다. LH 아파트 시공은 이익이 크지 않아 그동안 중견 주택업체들이 공공공사 수주실적을 쌓고 매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일감 확보를 위해 중소 규모 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며 "당장 내년부터 최저가입찰제 대상이 100억원(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까지 확대될 경우 출혈경쟁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