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명 대 43명.'

신종플루는 지난해 지구촌 곳곳을 전염병 공포로 내몰았다. 우리나라도 질병 대처를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최초로 구성하고 전염병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까지 높일 정도였다. 신종플루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작년 8월15일 처음 발생한 이후 5개월 여만인 지난달 말 현재 214명이다. 한 달 평균 43명이 숨진 셈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사망자는 월평균 490명으로 신종플루 희생자를 훨씬 웃돈다. 경찰청의 최신 교통사고 통계인 '2008년 교통사고 사망 현황'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5870명이 각종 교통사고로 숨졌다. 특히 어린이 사망자도 161명에 달했다. 신종플루가 앗아간 생명의 10배 이상이 매년 자동차 사고로 스러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신종플루처럼 중앙교통안전대책본부가 세워진 적은 없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저출산 문제 못지않게 사회적 대응 방안에 대한 컨센서스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루 16명 이상 교통사고로 숨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17명이다. OECD 평균 1.5명보다 2배 이상 많으며 세계 3위다. 1만대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08년 우리나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10.7명이다. OECD 29개국의 평균인 8.7명을 훨씬 웃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적은 네덜란드보다는 무려 230%나 많다.

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5870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 평균 16명,2시간에 한 명 이상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친 셈이다.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1만5800여건이었다. 하루 평균 590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920여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 규모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 교통사고로 인한 총 비용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1.15%,국가 예산의 6.6%에 해당한다.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17만채를 건설하거나 전국 68만여 가구(4인 가족 기준)에 1년 동안 최저생계비를 지급할 수 있는 액수다. 교통사고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감안하면 연간 15조원이 넘는 돈이 허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동차 대수가 1700만대를 웃돌고 세계 5위 자동차 생산 국가이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심각하지 않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통사고 후진국 오명 벗자

정부가 지난해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를 국정 과제로 선정한 것도 국격(國格)에 걸맞은 선진 교통문화를 정착시켜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를 1.3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종합시행계획에 따르면 △주택가에선 시속 30㎞ 이상 주행금지 △소형이륜차 번호판 의무화 △사업용 자동차 블랙박스 장착의무화 △상습 음주운전자 면허 재취득 제한 △시민단체 주도 신고보상제 부활 등이다. 사망자를 많이 내는 음주 · 과속 · 난폭 운전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강화된다. 3회 이상 상습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될 때 현행 2년인 면허취득 제한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교통사고 절반줄이기'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981년 설립된 교통안전공단은 해운을 제외한 도로 철도 항공 분야의 교통안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차량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자동차성능검사도 병행하고 있다.

공단은 작년 한 해 교통사고가 많은 운수업체와 취약지점 1000곳을 집중 관리,사고 발생을 각각 20%씩 줄이는 '천사(1000社) 2020프로젝트'를 통해 2008년 1161명이던 사업용 자동차 사망자 수를 작년엔 1061명(잠정치)으로 줄였다. 올해부터는 자동차 전 좌석 안전벨트 매기 문화캠페인을 벌여 2012년까지 570명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