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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청량음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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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도 무서워 한다는 게 세금이다. 유사 이래 생겨난 세금의 이름을 보면 충분히 그럴 법하다. 1세기 로마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공중변소에서 수거한 오줌으로 양털의 기름기를 제거한 섬유업자에 오줌세,러시아 표트르 황제는 수염 깎기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수염세를 부과했다.

    영국에선 하나 당 2실링씩의 벽난로세로 재정의 상당부분을 충당하다 벽난로가 없어지자 1696년 창문의 개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창문세를 신설했다. 벽난로와 달리 밖에서도 셀 수 있었으나 세금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창문을 없애거나 안만들자 1851년 폐지하고 주택세를 만들었다.

    프랑스에선 1303년 필립4세,백년전쟁 중인 1370년,프랑스 혁명 직후인 1789년 등 세 차례나 창문세를 도입했는데 개수가 아닌 창문 폭에 비례해 매긴 결과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창문이 생겨났다. 영국에선 나폴레옹전 당시 전비(戰費) 마련을 위해 개당 1실링씩의 시계세를 고안했다.

    독신세의 역사도 만만하지 않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일찍이 기원전 18년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법'을 제정,독신자들에게 세금을 물렸고,이탈리아 무솔리니 정부 또한 25세 이상 30세 이하의 처녀 총각은 1년에 3파운드,그 이상은 2파운드의 독신세를 납부하도록 강제했다.

    최근엔 나라마다 비만세가 화두다. 스위스에선 고지방 · 고당도 식품 및 음료 생산업체들로부터 비만세를 걷어 그 재원을 비만 퇴치사업에 쓰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중이고,영국도 정크푸드와 청량음료에 비만세를 매기는 방안을 내놓고 여론을 떠보는 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탄산음료에 대한 비만세 부과를 놓고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청량음료세' 검토 입장을 밝혔다는 소식이다. 청소년 비만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청량음료 1캔(12온스)당 3센트씩이면 10년간 500억달러(약 61조원)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자료도 있다.

    국내에선'2009년 세제개편안'엔 성형수술세와 애완견 진료세를 놓고 말들이 많다. 성형수술세의 경우 질병 치료와 미용의 구분이 애매하고 애완동물은 돈 있고 힘 있는 이들이 아닌 외롭고 쓸쓸한 이들의 반려동물인 수가 많다는 이유다.

    무슨 명목으로 어떻게 걷어도 불만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게 세금이다. 그렇긴 해도 숨은 세원 찾기 혹은 부유세가 실은 서민들의 한숨을 더하게 하는 건 아닌지 잘 살펴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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