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묶어야 발전한다'는 고정관념
지자체 지원…'군산'처럼 유인책 마련을
추운 극지방과 열대지방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이 감기에 더 잘 걸릴까. 감기는 추운 곳에서 걸리기 쉽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고정관념이다. 한대지방엔 바이러스가 힘을 못 써 오히려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수도권을 규제해야 지방이 산다는 생각도 고정관념이다. 최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방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지방에선 지방 죽이기라고 불만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지방출신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반발이 거세다. 유력 정치 지도자들도 가세한다. 국가발전보다 표만 보이는 모양이다. 우리는 지금 금융위기에 이어 심각한 실물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없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이를 위해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인데 이걸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지방은 낙후돼있다. 지방을 살려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가 해결책은 아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강소국(强小國)을 지향해야 하는 우리가 수도권·비수도권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수도권을 규제하면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고 중국,베트남 등지로 빠져나간다. 기업은 인사발령 하나로 근무지를 옮기는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로 외국인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다.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자 강력한 분산정책을 썼던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정책을 바꿔 집중을 통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초대형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간다.
국토균형발전은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구호지만 수도권 규제완화가 먼저냐,지방 발전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함께 가야한다. 지방발전을 먼저 해서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하자.그건 균형이 아니라 하향 평준화에 다름 아니다. 눈앞에서 국가대항전이 벌어지는데 수도권을 묶어놓고 지방이 수도권에 버금갈 정도로 발전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국제경쟁은 시간을 다투는 경쟁이다.
지방이 발전하기 위한 길은 무엇인가. 행정과 재정의 실질적인 분권화를 바탕으로 해당 지자체가 중심이 돼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지자체 지원은 중앙정부의 몫이다.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획기적인 투자 유인책도 마련하고 기업하기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기업을 끌어들여야 한다. 우수한 교육기관을 세워 인재를 끌어들이는 일도 중요하다. 돈과 권한이 있고 사람이 모이고 기업이 따라 오면 그게 지방발전이다. 수도권을 묶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돼 지방이 죽는다며 푸념한다고 지방이 발전하지 않는다. 군산시는 지방이 사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군산시는 조선소 등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도둑질 빼고는 모든 걸 다했다고 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니 기업들이 찾아오고 대기업을 유치하자 중소기업들도 따라왔다고 했다. 최근 2년간 신규 기업유치는 200개를 훨씬 넘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대립하는 구도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수도권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그 과실을 비수도권과 함께 나눠 갖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지리적 거리개념도 사라지고 있는데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경제전쟁은 국가대항전이다. 국가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최대 과제다. '수도권 규제=지방 살리기,수도권 규제완화=지방 죽이기'와 같은 잘못된 고정관념부터 깨고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경제문제에 관한 한 국민 다수의 의견은 항상 틀리게 돼 있다"고 한 존 갤브레이스 교수의 말은 되새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