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고공행진에 따라 역세권 상가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유가급등에 부담을 느낀 자가용 운전자들이 지하철 이용을 선호하면서 역 주변에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역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브라운스톤레전드의 단지 내 3층 상가가 보름 전 모두 팔렸다.


지난 4월 처음으로 분양을 시작했을 때는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지만 근래 들어 분양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지하 1층을 포함, 모두 4개층으로 구성된 이 상가는 2층 70%,1층 50%가 분양됐으며 대부분 지난달 말부터 계약이 이뤄졌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2주일 전만 하더라도 분양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7~8통에 불과했지만 언론에서 고유가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요즘에는 20통 안팎의 전화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구청역은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 개통이 예정돼 있어 관심의 정도가 더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하철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자료를 뽑아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에 따르면 지난 1월 313만명이던 하루 이용객이 6월 들어서는 378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역세권 상가 중에는 웃돈까지 붙은 곳도 있다.

구로구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6번 출구에서 가까운 에이스하이앤드 상가(지하 1층~지상 2층)는 지난달 분양을 완전히 끝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3억원 안팎에 분양된 1층 66㎡(20평)짜리 상가의 프리미엄이 지금은 5000만~1억원까지 생겨났다"며 "지하철 이용객을 노린 상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분양업계는 침체된 상가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당분간 '고유가' 현상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역세권 상가 시장도 고유가를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마포구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가게마다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려왔던 탓에 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없다시피 했지만 얼마 전부터 급매물로 나온 상가가 있느냐는 전화가 한두 통씩 걸려온다"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주변에서 L주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지하철을 타고 와서 퇴근길에 한잔 하려는 손님이 다소 늘어났다"며 "권리금이 떨어져 걱정이 많았는데 지하철 이용객이 늘어나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기름값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역세권 상가의 전망은 장기적으로 밝은 편"이라면서도 "역세권 상가라는 이유만으로 분양가가 턱없이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닌지 유동인구의 동선이 장사를 하는 데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