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로서 항상 큰 그림을 균형적인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교보타워 사거리 월드건설 사옥 7층 사장실에서 만난 조대호 월드건설 사장(40)은 바둑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월드메르디앙'이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주택전문건설업체 월드건설은 미주(美洲) 선진국 위주로 해외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다른 건설사들이 침체된 국내 부동산 시장의 돌파구로 대부분 동남아시아나 중동,중앙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것과는 다른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미국과 캐나다 같은 선진국 시장은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익은 적더라도 부동산개발 관련법과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사업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죠."
조 사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라는 돌발 변수를 만났지만 이는 크게 보면 전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 변수로서의 성격이 짙다"며 "상황을 주시하되 당장 미국,캐나다 시장의 사업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건설은 현재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76번가 인근에서 예상 분양가 총 250여억원에 달하는 최고급 단독주택 건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히버시(市)와 애리조나주 유마시(市)에서 각각 단독주택 및 타운하우스 1000여가구씩을 짓기 위해 현지 사업 파트너와 함께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다.
사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면 미국 내에서 1000여가구의 대단지 단독주택 촌을 만드는 최초의 한국기업이 된다.
또한 괌에서도 165만3000여㎡(50만평) 규모의 복합단지(콘도,타운하우스,단독주택 포함) 개발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미 사이판에서 월드리조트를 운영 중인 월드건설은 이르면 내년부터 해외부문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울산 북구 매곡동에서 자체사업으로 2686가구의 대단지 '월드메르디앙 월드시티'를 분양했고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경기 평택 동삭동에서 평택 내 단일 단지로는 최대 규모인 4400여가구의 초대형단지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월드건설은 미주시장과 사이판·괌 시장을 개척하면서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연간 6258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해 5510억원으로 줄었을 정도로 경영이 보수적이다.
조대호 사장은 "지난해는 시장이 침체돼 보수경영을 했지만 올해부터는 공격적으로 하겠다"며 "올해 매출 목표액은 작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7000억원대로 잡았다"며 "매출을 꾸준히 늘려 2009년에는 2005년 수준에 근접한 1조원대로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바둑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바둑 실력도 수준급(아마1단)이다.
월드건설은 프로 바둑선수들로 구성된 바둑구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울산 매곡동 '월드메르디앙 월드시티(2686가구)' 단지 모델하우스에서는 구단 선수인 유창혁 9단,최철한 9단 등이 계약자와 손님들을 대상으로 '지도 다면기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글=정호진/사진=김병언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