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대 부자 기업인 중 4명이 인도 기업인이다. 20년 전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최근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부자 기업인 톱10에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 이어 인도 철강재벌 락시미 미탈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무케시 암바니(6위),아닐 암바니(7위),아짐 프렘지(9위) 등 무려 4명의 인도 기업인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조사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시장에서 인도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포드자동차의 재규어와 랜드로버 브랜드 인수전에선 인도 자동차기업 타타자동차와 마힌드라앤드마힌드라가 맞붙기도 했다. 2006년엔 미탈이 유럽 철강기업 아르셀로를 인수했고,지난해엔 타타그룹이 영국 철강회사 코러스를 사들였다.
이 같은 해외에서의 활약으로 인도 기업인들은 국내에서도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신문들은 기업인의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젊은이들은 기꺼이 기업인을 자신들의 우상으로 삼아 경영학석사(MBA)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엔 기업인들이 이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인도의 첫 총리 자와할랄 네루가 인도 최대 기업 타타그룹의 창업 2세인 JRD 타타에게 "'이윤'은 더러운 말이다"라고 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인도의 영화들도 기업인을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사악한 자본가로 그려왔다. 이 때문에 타타는 기업을 키우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 했다. 무케시와 아닐의 아버지인 디루바이 암바니처럼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정치적 연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결국 정경유착으로 살아남은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경쟁에서 자유로워졌고 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1991년 인도의 경제 자유화가 단행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인도 시장이 개방되고 기업인들은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중산층이 성장하고 도시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 또 수만명의 젊은이들이 소프트웨어 산업 붐을 타고 해외로 진출했다. 인도인들은 자유시장경제가 과거 사회주의 시절엔 가질 수 없었던 기회를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올해 초 JRD 타타의 후계자인 타타자동차의 라탄 타타 회장은 초미니 자동차 '나노'를 선보였다. 나노는 가격이 10만루피(약 239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다. 일부에선 자동차 보급률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과 교통체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대다수 인도인들은 환호했다. 타타가 자동차를 가질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타타의 자동차 나노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데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이 글은 인도 언론인 아미트 바르마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India's New Role Models'을 정리한 것이다.바르마는 자유주의에 기여한 언론인에게 수여하는 바스티아 언론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