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고미술협회 소속 감정위원이 1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수십만원짜리 모조품 불상을 수억원대 중국 골동품으로 둔갑시켜 준 사실이 드러나 미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김대호)는 1000만원을 받고 금동불상 2점을 시가 수원억대의 중국 명나라 시대 작품으로 감정해 준 혐의(업무방해 및 배임증재)로 한국고미술협회 부회장 겸 금속품ㆍ도자기 분야 감정위원 정모씨(58)를 21일 구속했다.

검찰은 또 모조품에 대해 진품 감정을 받아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건네받아 이 중 일부를 정씨에게 건넨 혐의로 같은 협회 회원인 고미술품 중개업자 이모씨(44)도 함께 구속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감정위원 B씨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올해 7월 감정 당시 감정위원은 모두 4명으로 정씨를 포함한 2명은 '명대',1명은 '명 또는 청대',1명은 '청대' 진품이라는 의견을 냈으며 협회는 최종적으로 '청대 진품'이라는 감정서를 의뢰인에게 내줬다.

그러나 검찰은 소유자 등 여러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금동여인상이 100년 이상 된 청나라 시대의 것이 아니라 최근 만들어진 모조품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모조품 불상을 '진짜'라고 판정해 준 감정위원들이 정씨 말고도 더 있고 이씨와 B씨가 자신들이 받은 1억원 가운데 나머지 돈의 출처를 제대로 대지 못하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다른 감정위원들이나 협회 관계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 측과 한국고미술협회 측은 '감정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품 논란은 재판부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