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크라이슬러자동차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미국시장 공략 선봉장인 짐 프레스 도요타 북미본부 사장(60)을 전격 스카우트했다. 도요타식 판매전략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여서 역으로 도요타엔 타격도 예상된다.

도요타자동차는 프레스 도요타 북미본부 사장이 오는 14일자로 퇴임한다고 7일 발표했다. 그는 크라이슬러의 부회장 겸 사장으로 옮겨 판매와 상품전략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스 사장은 도요타가 북미시장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던 인물. 원래 포드자동차 출신인 그는 1970년 도요타에 입사해 지난 37년간 북미본부에서만 일했다.

그동안 도요타의 딜러망을 강화하고,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픽업트럭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미국 정부에 도요타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도요타는 2년 전 크라이슬러와 포드를 제치고 미국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 자리에 올랐다.

도요타는 프레스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그를 북미본부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올 6월 주총 땐 외국인으론 처음으로 도요타 본사 이사회 임원(전무)으로 선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시장 공략의 주공격수를 잃은 도요타의 와타나베 가츠아키 사장은 "경영진의 한명으로서 더욱 활약해주길 기대했는데,정말 유감이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크라이슬러가 프레스 사장을 영입한 것은 점차 입지를 잃어가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요타의 판매전략을 이용하겠다는 계산이 숨어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달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데보라 메이어를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겸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프레스 사장은 "도요타를 떠나기로 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단이었다"며 "앞으로 크라이슬러의 부활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영난을 겪던 크라이슬러는 지난 5월 대주주였던 독일 다임러벤츠의 지분 정리로 미국계 펀드인 서버러스에 인수돼 경영재건이 진행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