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송선주씨(33)는 최근 이웃 주민으로부터 소형 '부동산 전문업체'를 소개받아 지방에 있는 땅 1500㎡(450평 상당)를 만족스러운 가격으로 매입했다.

송씨는 "처음엔 기획부동산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여러 곳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업체는 아니었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업체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 같은 소규모 부동산 전문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이른바 '부동산 부티크'로 주로 '강남 아줌마'들을 고객으로 설정해 수도권과 지방의 토지 가운데 개발 가능성이 높은 땅을 중개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인맥을 통한 네트워크 마케팅에 치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 한 명에게 좋은 땅을 소개해 매입하게 한 뒤 다른 사람을 추천받는 식이다.

고객 여러 명의 돈을 모아 펀드 형태로 부동산을 매입하기도 하지만,일반 사모펀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부동산 부티크 직원들은 기획부동산 출신도 일부 있지만,대개 부동산 개발업체에 다녔거나 중개업소를 운영했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물론 기획부동산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기획부동산은 △개별 등기가 안되는 땅 △현지 시세보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땅 △개발이 제한된 쓸모없는 땅 등을 파는 데 반해,부동산 부티크들은 '신용 거래'가 기본이다.

자체 분석팀을 통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별해 추천한 뒤 거래가 성사되면 3.3㎡(1평)당 2만~3만원 이하의 수수료만 받는다.

전원주택 전문개발업체인 광개토개발 오세윤 사장은 "토지분할과 텔레마케팅이 금지되면서 상당수 기획부동산이 건전한 토지 중개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강남 일대에서 영업 중인 부동산 부티크만 40~50곳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부티크'로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삼성동 대륙'의 이월선 이사는 "신용으로 거래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며 "고객에게 믿을 만한 토지를 알선해 주고 수고비는 평당 1만원 안팎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부동산 부티크인 역삼동 K사의 이한범 상무는 "요즘엔 고객 땅을 단순히 중개해 주는 차원을 넘어 기반공사와 도로공사 등 각종 개발사업을 대행해 준다"면서 "필리핀 등 해외부동산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