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禮善 < 오픈타이드차이나 대표 wyeth@opentide.com.cn >

중국 음식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음식 종류도 많거니와 음식을 내놓는 순서 역시 우리와 다른 점이 많다.

식사를 초청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처음에 애피타이저에 해당하는 냉채류가 나오고 냉채에 이어 탕,찜,튀김,구이,볶음 등이 끝없이 나온다.

도대체 어디까지 먹어야 만찬(晩餐)이 끝나나 싶을 정도다.

이 정도 나왔으면 주식이 나오고 만찬이 끝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도 끝이 없다.

끌려가다시피 참석한 만찬 자리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몬도가네식 혐오 식품이 나오면 그야말로 괜히 왔다 싶어 후회하기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러나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옆에 앉은 주인이 "이거 좀더 드세요"하면서 자기가 직접 떠서 내 앞접시에 놓는 거다.

이거야 원… 주인 성의를 생각하면 당연히 맛있게 먹고 고맙다고 해야 하지만 사람의 입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입에 맞고 좋아하는 음식이라야 먹기도 좋고 기분도 좋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중국의 음식이 끝없이 식탁에 오르듯 중국인과의 중요한 담판이나 상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담이나 가격 협상 때 적당한 조건과 가격을 제시하고 한두 번 주거니 받거니 하면 어느 정도 타협점이 나온다.

그러면 마지막 회심의 최종 카드를 내밀고는 "계약합시다" 하는 정도의 수순이다.

음식을 보면 그 민족의 문화와 민족성을 알지 않는가?

우리 음식문화 특히 한정식의 경우는 모든 음식을 한상에 차려 내놓는다.

온갖 반찬,일품 요리 및 밥,국 등이 한 상에 나오는 식이다.

식사 후 맨 마지막에 숭늉이나 수정과(水正果) 정도의 디저트가 전부다.

그야말로 한상,한판 위주지만 중국인의 상담술은 중국 음식문화에서 왔는지 끝이 없다.

이거다 싶으면 또 다른 제안이나 요구가 나오고 끝이다 싶으면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끝이 없다.

우리는 보기에도 시원한 유도 경기의 한판승을 기대한다.

적어도 중국에서의 협상은 유도에서와 같은 한판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유도시합에서 한판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절반이 두 개면 한판이고,유효가 두 개면 절반이듯이 하나씩 포인트 위주로 가야 이긴다.

한판승은 유도 경기에는 좋아도 상담이나 협상에서는 불리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일반 스포츠 강국인 중국은 여타 종목 실력에 비해 유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체조나 다이빙같이 포인트 방식의 종목에 강한 게 중국 스포츠다.

중국에서의 사업 성공도 한판승이 아닌 포인트 획득 위주로 하나씩 하나씩 이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