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惠淑 < 이화여대 대학원장 hsllee@ewha.ac.kr >


지난 추석 연휴 동안 유럽연합위원회의 연구개발 정보 사이트(http://cordis.europa.eu)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성 인력의 활용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유럽연합은 여성 과학자 참여율 40%를 목표로 이 사이트를 통해 풍부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평소 애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학기술의 여성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과학 연구개발 기본계획의 큰 그림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동아시아에서의 과학기술적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다.

유럽연합의 연구개발 기본계획(Frame Work Program)은 5년 단위로 시행된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 5개년 계획이 수립,진행돼왔다.

그 결과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돼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실시하는 계획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첫째,유럽연합의 연구개발 계획은 유럽공동체 단위로 상호 협력과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중시하며 규모가 매우 크다.

둘째,모든 프로그램에 여성의 참여와 역할을 극대화하는 방안과 그 결과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내재돼 있다.

셋째,융합학문과 새로운 분야의 창출에 대한 지원의지가 확실하다.

특히 핵심 연구개발 분야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시너지 효과를 내는 열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연계 지원된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연합해서 추진하는 연구개발에 비하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우리나라는 규모가 작고 국제협력 정도도 낮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동아시아 연구 개발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었다.

그러나 연구개발이 경제 발전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마당에 어느 한 나라가 주도적으로 중심이 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유럽연합을 모델로 한ㆍ중ㆍ일 3국이 협력 체제로 동아시아의 발전과 국제적인 역할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어지러운 때일수록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과학기술의 개발과 그 사용은 더 투명해지고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부터 연구개발 지원시스템을 국제화하고 중국과 일본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면 좋겠다.

불확실한 아시아 기류(氣流) 속에서 정치 경제 등 여러 장벽 때문에 해법 마련에 시일이 걸리겠지만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어 갈 3국의 젊은이들이 함께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지속적 학술교류의 장을 마련,민간 차원의 국제 협력을 시작해봄 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