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이번 후분양제 방침은 SH공사의 금융비용 증가로 분양가를 되레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재건축 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지역 주택공급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근의 '강북발(發) 집값 불안'을 더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분양가 되레 오를 것" 전망
서울시는 은평뉴타운에 후분양제를 도입하면서 앞으로 공인회계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구성,원가를 검증해 분양가를 낮추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SH공사가 건축비를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조달해 충당할 수밖에 없어 1년 뒤에 나올 분양가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도 이 같은 금융비용 부담이 분양가를 평당 15만원 정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창식 행정2부시장은 "상업용지 조기 매각과 설계변경 최소화 등 원가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현재로선 분양가가 낮아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신규분양 위축 불가피
은평뉴타운을 비롯,발산·내곡·장지지구 등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에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당장 이들 아파트의 분양일정이 당초 예정보다 1~2년 이상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의 신규 아파트분양은 향후 2~3년간 씨가 마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002년 16만가구,2003년 11만6000가구에 이르던 서울지역 주택건설 실적은 지난해 5만1797가구,올 7월 말 현재는 2만4202가구로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값 불안 더욱 심화될 듯
공공아파트 후분양제 시행으로 서울지역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면 서울지역의 전세난과 집값 불안이 더욱 확산될 우려가 크다.
은평뉴타운만 해도 분양주택 1만417가구,임대주택 4783가구 등 1만5200가구 가운데 이달 중 분양예정이던 1단계 2066가구가 내년 9~10월 이후로 공급이 늦춰지는 등 대부분의 물량이 1~2년 안팎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임대주택 10만가구 건설계획(2001~2006년)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입주완료(1만7515가구)됐거나 공사 중(1만4689가구)인 물량을 제외한 2만4700여가구에다 올해 추진예정이던 2만5517가구 등 총 5만여가구의 입주시기도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 도입이 자칫 핵심인 분양가는 낮추지 못하고 공급난을 부채질해 집값 불안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타운 후분양제 확대 어려워
서울시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뉴타운 전체에 대해 후분양제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실현될지 미지수다.
뉴타운 사업은 대부분 이미 후분양제가 적용되고 있는 재건축 방식이 아니라 재개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서울시 방침대로라면 후분양제가 재개발까지 확대될 것이란 얘기가 되지만,이는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택지난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지역 도시재정비 촉진지구를 비롯한 뉴타운 사업에까지 후분양제가 적용되면 주택수급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생겨 실현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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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분양제란 ]
아파트 후분양제란 아파트 골조를 일정비율 이상 지은 뒤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착공과 동시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선(先)분양'이 일반화돼 있어 소비자들은 분양계약을 맺은 뒤 2~3년을 기다려야 주택에 입주할 수 있지만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계약 후 6개월 안팎이면 입주해 거주할 수 있다.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주택)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선택권이 훨씬 넓어지는 반면 집을 사기 위해 목돈(계약금+중도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도 생기게 된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들로부터 미리 받아 공사비로 쓰던 계약·중도금을 업체 스스로 부담해야 하므로 그만큼 자금부담이 심해지게 된다.
이와 관련,정부는 2004년에 '아파트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주공·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어 공급하는 아파트는 공정률을 △2007년부터는 40% △2009년부터는 60% △2011년부터는 80%를 넘긴 뒤 분양하도록 의무화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