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1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연세 노벨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200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오만 이스라엘 히브리대 명예교수와 정창영 연세대 총장,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을 초청,좌담회를 가졌다.

정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관계,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오만 교수는 "중소기업을 키우려면 상생적 개념보다는 대기업을 늘려 대기업 간에 훌륭한 중소기업을 확보하려는 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반면 대기업과 부품업체들이 전속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관행을 감안,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하는 협력체제 조성을 역설했다.

○정창영 연세대 총장=오만 교수가 발전시킨 '협력적 게임 이론'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상황들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협력적 게임 이론을 기업 간 협력에도 적용할 수 있나.

○로버트 오만 교수=게임 이론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에서 나온다.

협력했을 때 이익이 생긴다면 사람들은 협력한다.

한 국가 내부에서는 법률적인 기구가 있기 때문에 협정을 위반하면 제재할 수 있지만 국제 사회에는 협정 이행을 강제하는 법률적인 기구가 없다.

협정이 유효하려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돼야 한다.

○정세균 장관=한국의 대기업들은 비교적 잘 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성공 없이는 최종 조립업체인 대기업의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오만 교수=국회에서 의석의 3분의 1을 장악한 큰 정당이 하나만 있고 나머지는 의석 수가 매우 적은 군소 정당들이라면 하나의 큰 정당은 지분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국회에 두 개의 큰 정당이 있다면 군소 정당들이 의석 비율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시장에 두 개의 대기업이 있다면 중소기업들은 힘을 얻는다.

대기업이 하나밖에 없는 시장에 다른 대기업을 집어넣으면 두 대기업이 고객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것이 협력적 게임 이론을 활용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방식이다.

○정 총장=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相生)과 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정책에 반대하나.

○오만 교수=반대한다.

한국의 세부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일반적인 원칙을 말하자면 정부는 밖으로 나가라.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보조금 지급 등의 경제적 지원을 하거나 규제책을 내놓기보다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힘을 바꾸는 것이 낫다.

경제적으로 가장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의 힘을 키워 주는 것은 경제의 한 주체인 대기업을 시장에 집어넣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하나만 있을 때에는 자신의 큰 힘을 즐기겠지만 여러 개 대기업들이 있다면 중소기업 눈에 들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정 총장=시장에 대기업이 더 필요하다는 얘긴가.

○오만 교수=그렇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판매,즉 부품을 사들이는 큰 기업과 작은 공급자들 사이의 관계다.

대기업들이 늘어나면 중소기업들은 더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

○정 장관=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들은 부품공급 업체에 가격 인하분을 전가해 일정한 이윤을 유지하고 있으나 협력업체들은 이윤이 줄거나 적자가 나고 있다.

대기업들은 매출액의 평균 7% 정도 이익을 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3~3.5% 정도의 이익만 내고 있다.

○오만 교수=해결책은 아마도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대기업은 하나밖에 없는 반면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면 중소기업들이 이득을 얻게 된다.

중소기업들이 여러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총장=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윈윈(win-win) 관계를 형성하도록 지원해 왔다.

그 결과는 어떤가.

○정 장관=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 개발이나 경영 노하우 등을 지원하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대기업의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커지면 대기업도 좋아진다.

중소기업들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상생 협력을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인 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지원하고 있다.

○오만 교수=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은 아마도 괜찮은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대기업들이 협력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독점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유도할 때에도 조심해야 한다.

중소기업들 간의 경쟁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의 협력보다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 장관=협력적 게임 이론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경영 정보 등 일반 지식을 공유하면 신뢰가 쌓여 장기적인 협조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오만 교수=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이익 구조를 공유하게 되면 협력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공유할수록 이익이 더 생기고 합의하기도 쉽다.

○정 총장=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만 교수=자유 무역은 언제나 항상 좋은 아이디어다.

자유 무역이 이뤄지는 곳에 부자가 있고 경제가 고속 성장한다.

○정 총장=자유 무역은 한국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농업과 영화업계 등에서 반대하고 있다.

○오만 교수=민주주의는 표가 중요하기 때문에 반대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예컨대 영화업자들도 보호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성장하도록 놔둬야 한다.

하지만 농민은 수천 년 전부터 있었다.

더 이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 장관=한국과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팽팽한 것 같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자세가 아니면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우리로서 관철해야 할 것은 꼭 관철해야 하지만 그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분위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글=현승윤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