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운정신도시 분양에 비상이 걸렸다.

예기치 못한 구석기시대 유물 출토로 파주 운정신도시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들의 분양 일정이 순차적으로 연기돼 당초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 신도시에 대한 정부의 전체적인 주택공급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파주 운정은 판교신도시 규모와 비슷한 285만평 크기의 매머드급 택지지구로 이달 말 청약이 개시되는 판교 2차 이후 유망지역 중 한 곳으로 꼽혀왔던 곳이어서 이번 분양 차질이 자칫 수도권 집값에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라건설만 연내 분양

10일 운정신도시 시행사인 주택공사에 따르면 이번 유물 출토로 당장 1단계 사업지역(142만평) 21개 단지 2만3000여가구 분양 일정이 또다시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은 당초 올 상반기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토지보상 등의 문제로 늦어져 이르면 이달부터 분양을 개시해 2008년까지 마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문화재 유출로 연내 이곳에서 분양을 계획했던 3개 업체 가운데 한라건설(40~95평형 937가구)만 예정대로 이르면 이달 중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공은 당초 총 4만6054가구가 공급될 운정신도시 분양 일정을 1~2단계의 경우 2008년,2단계는 2009년까지 완료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번 문화재 발굴로 1,2단계의 분양이 1년 정도씩 순연되면서 2010년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곳은 1단계 사업지역인 21개 블록 중 5개지만,나머지 블록에서도 현재 문화재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향후 사업추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곳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공 파주신도시사업단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조사가 내년까지 계속될 예정인 데다 민간업체들에 대한 블록 내 택지 공급 계약도 남아 있어 주택 분양 일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운정신도시 1단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도 "주공으로부터 아직 구체적인 공급일정을 통보받지 못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내년 11월께나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정신도시 사업은 11개 민간 건설업체들이 신도시 지정 이전에 주택사업을 위해 매입했던 토지를 주공에 판 뒤,환지 방식으로 돌려받은 택지에 아파트를 짓는 형태로 추진된다.

한라건설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아직 주공과 수의계약을 통한 사업부지조차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

중·대형 분양가 평당 1200만~1300만원될 듯

분양 일정이 늦춰지면서 분양가도 당초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민간업체들에 공급될 택지가격부터 인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운정신도시는 판교와 마찬가지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전용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는 채권입찰제가 도입된다.

또 전용 25.7평 이하는 계약 후 10년,25.7평 초과는 5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그러나 한라건설이 운정신도시 9블록에서 분양하는 937가구는 모두 중·대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와 채권입찰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미리 매입한 사업부지가 신도시 개발예정지로 편입되기 전부터 인·허가를 추진해 사업승인 시기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아파트는 입주 후 곧바로 전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운정신도시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 25.7평 이하의 경우 평당 900만원대,25.7평 초과 중·대형은 1200만~1300만원으로 판교신도시보다 다소 낮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중·대형 아파트는 실분양가(아파트 분양가+채권매입실부담액)가 주변 시세 기준이 되는 일산신도시 아파트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가변적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