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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이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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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 작 '오셀로'에서 오셀로의 부관 이아고는 잔뜩 바라던 자리에 캐시오가 임명되자 앙심을 품는다. 이아고는 캐시오가 말썽을 부려 해임되도록 만들고는 오셀로의 부인 데스데모나에게 사정해보라고 부추긴다. 둘이 함께 있는 걸 본 오셀로는 의심과 질투에 사로잡혀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살한다. 조금만 생각했거나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에게 소명 기회를 줬으면 금방 밝혀졌을 일을 이아고의 일방적 말만 믿고 행동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빚은 것이다. '멍청하긴'할지 모르지만 오셀로는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수많은 윗사람이 소문이나 고자질을 검증하지 않은 채 당사자를 응징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누가 누구와 이어지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윗사람에게 끈이 닿는다 싶으면 사람 됨됨이에 상관없이 눈치를 살핀다. 업무능력을 키우기보다 사람 좋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애쓰는 일도 허다하다. "무슨 일이건 되게는 못 해도 안 되게는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런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이아고가 힘을 쓸 수 있는 건 체계적인 제도 대신 사적 통로나 귓속말에 의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무조건 궐석 재판을 하거나 선입견에 의한 불이익을 주는 일 없이 본인과의 직접 면담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실을 밝힌 다음 처리하면 이아고가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직 경찰청 차장이 브로커에게 돈을 준 데 대해 "씹힐까 봐 그랬다"고 답했다는 보도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아고가 간계를 부리는 곳에선 누구도 소신있게 일하기 어렵다. 일은 안 하거나 못 해도 별 탈이 없지만 열심히 일하다 적이 생기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팽배할 수 있는 까닭이다. 소크라테스는 누가 남의 말을 하려들면 '사실에 기초한 것인가,그 친구에게 좋은 얘기인가,듣는 내게 유익한가' 중 한 가지에라도 해당되면 얘기하라고 했다고 한다. 제도도 제도요,윗사람이 이런 자세를 갖는다면 누군가에게 씹힐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일보다 사람 관계에 매달리는 풍토도 개선되지 않을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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