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정책 변화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23년간 통치해온 파드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의 사망은 원유시장은 물론 아랍권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10년간 실질적 통치권자였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가 왕위를 계승함에 따라 사우디 석유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국제유가는 상당기간 사우디 정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우디 국왕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가 출렁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 단기적 상승압력 받을 듯
국제유가는 파드 국왕의 사망으로 당분간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대표적 온건파였던 파드 국왕의 사망은 일단 원유시장에 수급불안감을 야기하고,이는 유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파드 국왕 사망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 시간외 거래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9월물 가격은 1% 급등했다.
하루 평균 1000만배럴 정도의 원유를 생산,OPEC 전체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는 그동안 국제원유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증산 시사 발언에 유가가 급락하고,감산 발언에 유가가 급등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파드 국왕의 사망 이후 기존의 사우디 석유정책이 급변할 가능성이 작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장기적 유가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측도 국왕 사망발표 이후 "사우디는 세계시장에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석유정책에 관한한 압둘라 신임 국왕이 전임 왕의 기본노선을 밟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로이터통신도 "유가안정을 추구하는 사우디의 기존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혁바람 강도가 관건
파드 국왕 사후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오래 전에 만들어진 만큼 압둘라 왕세제의 왕권승계는 일단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국영TV가 국왕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압둘라 왕세제가 왕권을 승계하고,왕세제에는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술탄 왕자가 지명됐다고 신속하게 보도한 것도 권력암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임 국왕이 82세의 고령이고 중동지역에서도 개혁바람이 불 기미를 보이고 있어 파드 국왕의 죽음으로 사우디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여성의 운전금지 등을 비롯해 사우디에서는 개혁세력들이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으나 보수파의 강한 반발로 억눌러져 있는 상태다.
또 사우디 출신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대미 항전이 계속되면서 민중들을 중심으로 반미감정과 왕정체제에 대한 도전의 목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