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 SK네트웍스 대표 jungmw@sknetworks.com > 평소 TV는 뉴스 채널로만 활용하던 내가 처음으로 푹 빠져 보는 드라마가 있다. 주말에 방영하는 '불멸의 이순신'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역사 속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리더인 이순신 장군을 다룬 드라마이기에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임진왜란 당시의 해전 장면이 현실처럼 구현되는 재미에 빠져 녹화까지 해가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마니아가 됐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는 전술·전략의 승리며,리더십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술력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전함을 상대방의 배에 근접시킨 후 병사들이 뱃전으로 뛰어올라 검술로 배를 장악하는 형태로 전개되는 해전에서 뱃전이 완전히 덮여 있고 그 위에 송곳 같은 칼침이 촘촘히 꽂혀 있는 거북선의 존재는 기존의 전술·전략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었다. 더욱이 활과 칼,조총이 무기의 전부였던 일본 전투선에 비해 고려시대부터 발달한 화포 기술로 무장한 거북선은 파괴력과 사정거리 면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바다의 탱크였다. 이 외에도 노를 선체 안쪽에 배치해 전투 중 기동성을 높인 점,바닷물 속에서도 녹슬지 않는 나무 못을 사용해 충격 흡수를 높인 점 등 거북선의 기술적 우수성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신화는 이미 판옥선과 이를 바탕으로 한 거북선의 탄생에서부터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여자 양궁이 세계를 제패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고구려의 양만춘 장군이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온 당나라 태종을 화살 한 촉으로 물리친 사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우리 민족은 대대로 말 잘 타고,활 잘 쏘는 민족이었다. 이 사례를 통해 당시에도 우리가 만든 화살의 사정거리가 중국의 것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양만춘이 쏜 화살에 한 쪽 눈을 잃고 퇴각하던 당 태종이 원수나 다름없는 그에게 오히려 비단 100필을 선물하고 떠나간 것도 그처럼 우수한 활과 화살을 만들어낼 수 있고,심장을 쏘지 않고 한 쪽 눈을 맞추어 퇴각 명분과 함께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지혜를 갖춘 고구려인에 대한 찬사의 의미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