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3:45
수정2006.04.02 23:47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강화한 '5.4대책' 발표 이틀 만에 또다시 '토지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그만큼 땅값 불안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마치 부동산시장에 융단폭격을 퍼붓는 양상이다.
정부의 다급한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행보다.
이번 대책은 △임야에 대한 매입요건을 농지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고 △각종 개발계획 대상지역은 '입안'단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조기 지정해 투기를 사전에 막는다는 게 핵심이다.
○왜 임야를 겨냥했나
이날 대책과 5?4대책을 보면 정부가 땅값 불안의 주범으로 '임야'와 '외지인'을 지목하고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울 등 외지인들이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등 지방권의 각종 개발예정지 내 임야나 농지를 사들이면서 주변 땅값을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땅값 상승을 주도하는 토지가 2002~2003년에는 도시지역의 주거?상업지역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비도시지역의 임야와 농지(전.답)로 바뀐 상태다.
실제로 행정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의 임야는 1분기에 만 9.74% 올라 농지(10.1%)와 함께 전체 평균(9.56%)을 웃돌았다.
기업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전남 해남.영암의 임야도 각각 2.45%,2.59% 올라 평균 상승률(1.29%,1.35%)의 2배에 육박했다.
전국 평균 역시 임야(1.12%)가 전체 상승률(0.75%)을 훨씬 웃돌았다.
토지거래량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중 전국에서 거래된 임야는 6만5백96필지(1억4천1백58만평)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필지는 4.2%,면적은 16% 늘었다.
임야의 전년대비 거래증가율은 2003년 17.1%,2004년 20.8% 등으로 최근 3년간 토지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기업도시 후보지가 몰려있는 전남의 경우 지난 3월 중 토지거래량이 필지로는 전년동기대비 65.7%,면적은 76.4%나 급증한 가운데 거래된 토지 대부분이 임야나 농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지인 투기도 근절한다
정부는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 있는 임야에 대해 '해당 시.군.구내 최소 6개월 이상 거주자'로 매입요건을 대폭 제한키로 했다.
이는 이미 지난 2월 매입요건이 크게 강화된 농지와 같은 수준이다.
또 지난 4일에는 외지인이 임야.농지.나대지를 샀다가 팔 경우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외지인들의 개발예정지 주변 토지에 대한 투기목적 거래가 상당수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한 달간 전국에서 거래된 25만4천여필지 가운데 외지인의 매입비율(50.8%)이 해당 시.군.구 거주자의 매입비율(49.2%,면적은 37.3%)보다 높았다.
이 같은 외지인의 땅투기를 막기 위해 대규모 개발사업,용도지역변경,규제완화 등을 추진할 때는 계획입안 단계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조기지정하게 된다.
또 5~6월 중 투기우려지역을 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고 허가요건 위반 시 과태료를 현행 5백만원 이하에서 땅값의 최고 20%까지 대폭 올릴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토지투기지역 중 하나만 지정하던 방침을 바꿔 필요하면 허가구역과 투기지역을 동시에 지정하게 된다.
○투기 억제 효과 있을까
이번 대책으로 땅값 불안이 완전히 가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전 국토의 15.5%인 46억3천4백만평이 이미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수도권.충청권 등 전국 41개 시.군.구가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되레 이들 지역의 땅값이 계속 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분기 중 땅값이 1% 이상 오른 전국 31개 시.군.구 가운데 허가구역이나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 한 곳도 없을 정도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정부공인 투기대상 지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가 개발계획 입안단계부터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것도 투기세력을 미리 막겠다는 뜻이지만 실효성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