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들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한 가운데 최근의 집값·땅값 불안에 따른 강력한 부동산 투기대책이 저금리 기조의 경기정책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살리지는 않겠다”며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는 보유세 강화에 이어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확대 등 주택관련 세금 부담을 높이는 초강경 조치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세금 부담을 늘리는 식의 인위적 부동산 수요 억제정책은 모처럼 되살아난 내수 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선 건설경기가 되살아나야 하는데 주택 수요 억제는 아파트 공급 위축을 초래하고,이는 곧바로 건설경기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재산세 강화 △재건축 아파트 규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등은 모두 주택 수요를 억누르는 강력한 조치들로 주택경기 자체를 냉각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원장은 "거시경제 안정을 해치는 집값 불안은 잡아야 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투기억제책은 이제 막 불씨가 살아난 내수 회복 분위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며 "집값을 정말 잡으려면 세제나 행정력을 동원하기보다는 금리를 올려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쏠리는 걸 막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수가 본격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선뜻 올리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딜레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말 "금리로 부동산을 잡으려면 높게 올려야 한다"고 말해 금리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비쳤다. 그는 "내수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집값을 잡자니 내수경기 위축이 걱정되고,내수를 위해 저금리를 고수하자니 부동산 시장 불안이 우려된다"며 "집값 안정과 경기 회복이란 다소 상충된 목표를 추구하다 보니 정책조합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