裵洵勳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 향후 12개월에 어떤 큰 변화가 있을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은 향후 5년을 예측하는 일보다 훨씬 불확실하다. 짧은 기간의 변화는 동적인 변화이고,이 동적인 변화는 불안정하게 일어나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단기적 변화도 긴 시간 관측해 보면 변화의 추세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빨리 변한다는 첨단 기술의 변화는 그래도 예측할 수 있으나,이번 여름의 태풍은 일어나는 변화는 느낄 수 있으나 예측하기는 힘들다. 세계 기업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의 제조업에서 일어나는 단기적 변화는 △수출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환율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중국의 차기 지도자 선정,일본과 북한의 관계 개선,국내의 정치 상황 등은 예측을 불허하지만,적어도 3년 이상을 회수해야 하는 우리 제조업의 투자 결정에는 중요한 변화임에 틀림 없다. 장기적인 변화 중에서 그래도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첨단 기술의 변화다. 요즈음 와서 첨단 기술은 기술을 개발하는 공급측보다는,기술을 활용하는 수요측이 변화를 주도한다. 때문에 확산되는 기술을 잘 관찰하면 변화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당장 노동현장의 분규가 어떤 방향으로 해결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우리 기업이 5년 후에도 살아 남는다면 적어도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는 알 수 있다. 인위적인 변화는 공동사회가 전제 조건과 변화의 속도를 합의하여 의도적인 변화를 만들 수도 있다. 경쟁력 있는 사회는 계획적인 변화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사회다. 큰 피해를 본 수해현장의 복구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주민들의 생활이 하루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며칠 전 영동지방에 내린 폭우는 예측하기 힘든 천재지변이다. 미리 대비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모두가 당면 문제해결에 최선을 다 하는 일이 지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러나 향후 가능한 천재지변에 관한 대책은 냉정하게 논리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비용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투자 타당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자원 개발 투자다. 제조업에서 인력자원 개발은 장기 비전을 가지고 오늘의 노사협상에 임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은 우리들의 국내 논리만으로는 강화할 수 없다. 근로자들의 소득 격차가 점차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주5일 근무제가 과연 근로자의 생활수준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피차 진지하게 연구해야 하는 문제이지,당장 결정을 서두를 문제는 아니다. 5년 후에도 저임금 국가인 중국과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요소는 노사협상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문제이지만,기술요소는 기술 확산 속도를 관찰하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인력자원 개발이 관건이다. 향후 5년 간의 기술 변화는 IT가 중심이 될 것이다. 생명과학기술도 IT를 중심으로 변화한다고 보면,좀 더 많은 계산을 단시간에 해내는 힘의 기술이 훨씬 강화되고,여기에 따를 물리적 수단인 기억소자와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계속하여 용량이 증가되고 값은 싸질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IT를 약간 과도한 수준으로 도입하고 투자한 만큼 효과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차피 기업의 정보처리능력은 실시간대로 이루어지게 되는데,주변 관련기업보다 너무 앞서가는 건 잉여능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긴 하지만 내부 훈련을 위해 약간의 과도한 투자는 필요하다. 제조업에서 내부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비롯해 관련업체와 연결하는 SCM(공급망 관리),그리고 고객과 정보를 주고 받는 CRM(고객관계 관리)이 실시간으로 처리돼야 아웃소싱 경쟁력이 있게 된다. 개방된 시장에서 외부의 경쟁력 있는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쇠퇴한다.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에서도 제조업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제조업은 포기해선 안되는 핵심산업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인력자원 개발은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고 계획적으로 대처해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soonhoonba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