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은 온통 없는 것 투성이다. 교육시설 전력 상.하수도 철도 항공 및 우편서비스 등 문명의 이기(利器)라곤 거의 없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참한 나라. 세계은행은 오사마 빈 라덴으로 유명해진 이 서남아시아의 산악국을 이렇게 부른다. 탈레반정권이 무너진 이 나라에 1주일 전 임시정부가 출범했다. 말이 좋아 정부지 아프간 임시정부는 일국의 주권기관으로서 당연히 거느리고 있어야 할 것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정식 군대는 물론 경찰도, 공무원도 없다. 중앙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재무부와 국세청도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제1 급선무는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혹자는 이를 아프가니스탄 경제의 '복구(Recovery)'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적절치 않다. 과거에 제대로 된 경제가 있었을 때 쓰는 표현이 복구다. 한 세대 전인 1970년에도 이 나라에는 소위 경제라는 게 없었다. 이런 나라에 복구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경제의 '건설(Build)'이라고 해야 한다. 오랜 내전과 외침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 경제를 세우기 위해 국제사회가 뜻을 모으고 있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유엔개발계획(UNDP)이 아프간 경제 건설의 공동 작업반장이다. 이들은 내년 초 도쿄에서 국제회의를 열어 아프간의 경제건설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제사회가 잡고 있는 경제건설 비용은 적게는 75억달러에서 많게는 2백억달러로 편차가 크다. UNDP가 보는 건설비용은 향후 5년간 75억달러, 세계은행이 생각하는 비용은 10년간 2백억달러다. 내년에 경제 건설비로 투입될 자금은 최소 15억달러. 연간 34조달러의 세계 전체 경제규모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금액이다. 그렇지만 이 건설자금은 세계경제 회복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중물(Priming)이 될 수 있다. 아프간 경제 건설의 미풍이 세계경제 회복의 강풍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가 없는' 아프가니스탄이지만 나비효과를 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카불 상공의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으로 뉴욕과 서울증시가 내년에 황소우리로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