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이 수출 한국의 선봉에 섰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6월 그동안 수출 첨병을 맡아 온 반도체와 자리바꿈한뒤 2개월째 수출 한국호를 견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76년 7월 "포니I" 5대를 남미 에콰도르에 처음 수출한지 25년만이다. 이는 세계적인 IT(정보통신) 산업 침체 여파로 반도체와 컴퓨터가 고전하고 있는데 반해 해외시장에서 품질과 마케팅을 앞세워 약진을 거듭한 결과다. 이처럼 국산 자동차가 수출전선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는 원화 약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도 있으나 업계가 수출 총력체제로 나서 적극적인 마케팅과 품질향상으로 시장점유율을 제고한 데다 중.대형차를 전략 차종으로 내세워 수출단가를 높인 덕이라는 분석했다. ◇ 현황 =지난 7월말 현재까지 모두 91만여대의 자동차를 수출, 76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대수는 3만여대가 줄었지만 금액은 15% 가량 늘었다. 현대차의 뉴EF쏘나타와 싼타페 등 중.대형 차량 수출이 늘면서 대당 수출단가가 크게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국산차의 대당 수출단가는 지난 6월 처음 8천달러 선을 넘어선데 이어 7월에도 8천3백48달러 선을 유지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올 상반기 북미지역 수출 차량의 대당 단가가 사상 최초로 1만달러선(1만4백52달러)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뤘다. 수출지역별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작년 2.6%에 머물렀던 시장점유율을 올 상반기에는 3.6%까지 끌어올리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 잘 나가는 이유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출 총력체제 가동이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들어 전 임원을 해외 시장에 파견하는가 하면 해외 대리점 사장 및 딜러들을 서울에 집결시켜 판촉 교육을 시키는 등 해외 마케팅을 크게 강화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따른 고가 전략도 현대차의 수출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 품질 개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올들어 현대와 기아차는 미국의 언론 및 소비자조사기관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자동차 품질평가 전문기관인 제이디파워(J D Power)는 지난 5월 "현대차의 그랜저XG와 싼타페의 경우 BMW나 도요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 전망 =국내 자동차업계는 올해 모두 1백78만여대의 자동차를 수출, 작년 대비 6.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액은 20% 가량 늘어난 1백49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최근 엔화가 약세로 반전되면서 높아진 일본 차의 가격 경쟁력과 미국 경기의 지속적인 하강 국면이 수출 호조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적으로는 GM(제너럴모터스)과의 매각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대우자동차의 해외시장 영업력 회복이 급선무로 꼽히고 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