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표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지난주에 우선 눈에 띄는 기사가 월요일자에 실린 "세계화 통제 필요"란 파리 특파원 기사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14개국 중도좌파 정상들이 회담한 뒤 "시장경제는 장기적 성장과 안정,완전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라거나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는 등을 전하는 기사다.

그런데 무한경쟁을 운운하던 엊그제의 상황을 상기하고 보면 의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각종 NGO들의 반발도 있고 해서 이들 주요국 정상이 무제한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안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현황점검이 이뤄지고 있는데 수요일자 "세계로 통하는 한국모델을 찾아야"가 그것이다.

"현대사태"를 계기로 황제경영이 문제되자 그 대안으로 전문경영인 경영이 이야기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전문경영인 시장이 제대로 발달돼있지 않아 당장 오너를 대신할 전문경영인들이 누가 될는지 확실하지 않다.

만약 오너를 대신할 전문경영인이 "가신들"이라고 비판받기도 하는 오너 주변의 경영인들이 될 경우 이들이 오너보다 얼마나 나을는지도 불확실하다 "오너" 대신 "전문경영인"이라는 도식을 무조건 수긍하기 어려운 어정쩡한 상황이라 하겠으나 아무튼 오너경영의 폐해를 극복하면서 기계적 "전문경영체제"이상이 되는 이른바 포스트 오너경영체제를 정립할 필요는 절실하다 하겠다.

이와 관련해 동 기사는 이를 위해 무조건 글로벌 스탠더드를 채택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며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 분담을 정착시키는 한국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역시 그동안 채택된 신자유주의 일색의 정책입지에 대해 유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합병에 대한 여러 기사들은 심각히 음미해야 할 것들이다.

수.목요일자에 실린 "인위적 개입은 하지 않되 지주회사방식으로 한빛 등 은행을 합병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와 "3개은행 정부주도 합병"기사,"금융산업의 몸집을 키워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그로써 기업자금과 금융불안을 동시에 해소하려고"한다는 내용 및 "금융지주회사로 헤쳐모여를 꾀해 업무특화를 기도"한다는 해설은 모두 은행합병을 전망해 보는데 유익한 자료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거론되는 합병으로 은행부실을 진정 정리할 수 있겠는지에 대해서 여러 입장은 동일하지 않다.

수요일자 "은행합병 제대로 될까"는 노 주필의 글은 생산성증대 없이 덩치만 크게 만들어 가는 합병이 될 때 초래될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으며,화요일자 "은행합병보다 부실제거 시급"이란 기사는 금융연구원의 연구를 인용해 금융권 부실채가 67조원에 달한다는 사정을 밝히고 공적자금투입 이상으로 외자유치도 권고하고 있어 합병의 시급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목요일의 "은행 큰 것이 좋은가" 및 사설 "은행합병 원칙은 좋지만"도 대동소이하다.

은행합병을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사안으로 보고 있고 또 앞으로 은행합병이 구체화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상기할 때 한경은 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지를 취한 뒤 그것을 갖고 여론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은행을 합병하면 인력이나 조직의 개편이 불가피하고 이에 대응해 나타날 고용 및 사회문제면의 코스트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합병으로부터의 이익은 이러한 코스트와 비교돼야 한다.

코스트를 외면한 채 단지 이익이 있다는 것만을 적시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최종 판단은 합병의 비용편익분석 이후에 내려져야 옳다.

한경은 여러 내용을 단지 열거하는 것 이상 찬반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