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자본을 알아야 세계 경제구조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미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동향은 한국 벤처자본의 구도에 시사하는 바가 사뭇 크다 할 수 있겠다.

미국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실리콘밸리 지사는 최근 5백38개 벤처금융사들로부터 자료를 모았다.

이를 토대로 미국 벤처자본의 향방을 조명해 본다.

우선 미국의 벤처 투자는 기록적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1999년 4천6개 벤처 기업에 총 3백50억달러를 퍼부었다.

이 액수는 연 투자 총액으로는 이제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1998년 투자 총액의 두배 반에 달하는 액수다.

미국의 벤처 투자는 이같이 매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 1999년 4.4분기 한 분기동안만 무려 1백47억달러가 투자돼 아예 한 분기 투자액이 1998년도 총 투자액을 넘어섰다.

이같은 현상을 가능케 한 기폭제는 인터넷과 하이테크 기술이다.

지난 한해 벤처투자 총액 가운데 90%를 테크놀로지 회사들이 독식했다.

IPO 시장이 근래들어 "묻지마 투자"의 행태를 탈피,더욱 선택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첨단산업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업기업이 지니는 가능성은 크다.

게다가 미국 경제가 워낙 탄탄하게 움직이고 있어 벤처 기업가에게는 물론이거니와 투자가들에게도 매력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벤처투자가들의 테크놀로지 선호는 이제 뒤바꿀 수 없는 대세가 되어 버렸다.

따지고 보면 한국 벤처열풍 또한 기현상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뒤늦게 벤처 열풍이 몰아닥친 한국에서는 인터넷쪽은 이제 정리가 됐다는 의견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미국 벤처 자본의 인터넷 사업 선호 성향이 시사하는 바는 사뭇 색다르다.

인터넷 관련 업체에 대한 투자 총액은 1998년에 비해 무려 6배가 늘어난 2백억달러에 이르러 벤처 투자 총액의 56%를 인터넷 업체들이 쓸어갔다.

인터넷 기업 중의 총아는 역시 기업소비자간(B2C)전자상거래로 총 19억달러가 투자돼 전년대비 1천92%나 신장했다.

기업간(B2B)전자상거래쪽의 투자 또한 전년도 대비 무려 9백8%나 늘어나 16억달러를 유치했다.

인터넷 관련 장비업체쪽인 인프라,액서스쪽도 5백47%나 신장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현상이라면 창업단계의 회사들이 벤처 투자자본의 42%를 휩쓸어갔다는 사실이다.

날이 갈수록 초기단계에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들이 늘고 있음이 입증된다.

따지고보면 한국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초기 라운드에 뛰어들기 위해 돈 보따리를 싸들고 뛰어다니는 현상이 그리 기이한 것만도 아닌 셈이다.

어떤 통계를 보나 미국의 벤처 투자는 급상승 커브를 보이고 있다.

그 복판에는 인터넷을 필두로 한 하이테크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례없는 벤처 투자 성공 신화를 일종의 "기현상"으로 치부하고 우려하며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볼멘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이테크가 주도하는 글로벌 캐피털 시장체제하에서 하이테크 벤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벤처 투자의 선배격인 미국 벤처 자본의 트렌드에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한국경제 사상 전례없는 벤처기업의 성공사례에 놀란 올드스쿨(old-school)경제 관료 집단이 성급한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 우리는 하이테크 산업이 주도하는 신경제 구조의 서막에 들어서고 있을 뿐이다.

옛날의 잣대로 벤처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저울질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시장에 맡겨야 한다.

글로벌 캐피털 마켓에서는 기업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투자가들의 몫이다.

(주)eStop 대표이사 mkim@ est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