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템 인터내셔날 이홍렬 대표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MBA과정 특강시간.

강사로 초대된 아이템인터내셔날의 이홍렬(40)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 벤처사업에 성공하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술이 있거나
사업경험이 많거나 둘중의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그냥 아이디어만 믿고
덤비는 조기창업은 말리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열병처럼 번지는 벤처 조기창업에 회의적 시각을 갖는
조기창업 반대론자다.

조기창업이 얼마나 힘든 길인가를 그 자신이 온몸으로 겪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믿고 지난 1991년 DB마케팅을 기초로 홈쇼핑
사업을 벌였다.

별로 눈에 띌만한 성과는 없었다.

그럭저럭 꾸려온 사업이 97년에는 매출 4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로 30대 청춘을 바친 사업을 정리해야만 했다.

와신상담 끝에 인터넷에 수출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1년만에 인터넷 벤처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흑자를 내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는 "그동안 이 사업, 저 사업 해보며 익힌 경험과 지식이 오늘날과 같이
안정적인 기틀을 잡는 데 기여했다"며 "벤처기업이 아무리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하는 사업이라지만 이것도 하나의 사업인 만큼 경영능력이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IMF 취업난을 역이용해 훌륭한 인재들을 확보하고 환율급등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생기자 수출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템 인터내셔날은 전세계 무역기관에 매일 접수되는 해외바이어의
구매오퍼정보를 인터넷 에이전트프로그램으로 수집, 국내 수출업체에 e메일
팩스 등으로 자동제공해준다.

해외바이어들의 주문정보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수출업체들엔 단비
와도 같은 존재였다.

현재 약 20만건의 바이어 구매오퍼와 바이어정보를 DB로 축적.관리중이다.

수출상품을 여러 바이어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제시하는 E-트레이더를
개발했다.

한달에 2백70개 수출업체에 5천7백여건의 수출상담을 성사시켜주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한국데이터베이스 대상, 소프트엑스포99
은상 등 두차례에 걸쳐 정보통신부장관상을 받았다.

정부와 거래업체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하자 현대종합상사 삼성물산 대우
쌍용 등 종합상사들이 회원사로 가입하고 일부 회사는 출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제안해오고 있다.

그는 인복도 많은 편이다.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김영걸 교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 경희대 전자정보학부 한치근 교수 등 쟁쟁한 인사들이 기술과 경영
자문을 해주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망이 유망한
B to B (기업간전자상거래)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자본금 2억원의 소규모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창투사나 대기업
들이 서로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에 등록해서 당장 차액을
내는 투기적 경영행태가 싫어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02)562-0040

< 안상욱 기자 sangwook@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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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비결 4계 ]

1) 기술과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경영능력을 중시한다.

벤처기업 경영도 결국은 비즈니스인 만큼 기술이나 아이디어만을 과신하지
않았다.

2) 안정적인 수입원을 우선 확보한다.

벤처기업은 자금소진율이 정상기업보다 평균 2배가 많다.

PC통신에 정보를 제공하고 받은 월 7백만원으로 초창기에 회사를 꾸려나가는
데 드는 경상비용을 메울 수 있었다.

3) 시장기회를 신속히 포착한다.

IMF 관리체제 이후 환율상승과 신수출드라이브라는 변화를 재빨리 파악하고
이를 사업화했다.

4) 평소 인적 네트워크를 잘 관리한다.

사업을 하면서 확보한 인적 네트워크를 꾸준히 관리했고 이들이 도움을
주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