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공단일대는 요즘 자고나면 대형물류시설이 들어선다.

연신 공해를 뿜어내던 고무 화학 기계공장을 밀쳐내고 대형할인점
의류종합상가 산업자재유통상가 농산물도매상가 등이 들어앉고 있다.

공단은 한번 조성되면 기름때를 벗겨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하지만 사상공단의 경우는 예외다.

새로운 교통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사상역앞 괘법동과 감전동 일대는
더이상 공단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그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사상공단에서 "빅뱅"이 시작된 것은 지난 97년.

신세계 E마트, 마트월드, 농협화훼단지가 97년 문을 연데 이어 이듬해
삼성물산 홈플러스, 의류종합상가 르네시떼가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산업용품상협동단지와 산업용재상가가 완공돼 일반소비재는
물론 생산재 유통단지로서의 면모도 갖추게 됐다.

신세계의 E마트는 폐허처럼 변한 공장을 걷어내고 3천평규모의 할인점을
세워 하루 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뿌리를 내렸다.

전자 컴퓨터 전자 공구 판매상 5백10개가 입주한 마트월드도 연간 5백억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보이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제상사 신발공장 터에 세워진 의류종합상가 르네시떼는 월 5백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르네시떼 지하에 자리잡은 삼성물산 홈플러스도 성공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산업용품상협동단지와 부산산업용재상가도 서면등 중심가에서 이주해온
1천여개씩의 공구상들이 최근 경기호전에 힘입어 월5백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상공단이 물류단지로 변신할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엄궁동
농산물도매시장.

90년대초 조성된 이 시장은 새벽 4시면 전국에서 몰려든 농산물수송
트럭으로 발디딜 틈이 없다.

지난해 거래대금 2천7백75억원을 기록했으며 해마다 10%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덕택에 엄궁동 일대에는 화훼단지 철강판매단지 건재집배송단지
화물터미널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지난 97년 입주한 농협화훼단지는 2년만에 10배의 매출신장세를 보이며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오전 8시면 김해 진영 울산 제주 등지에서 찾아온 상인들과 1백30여명의
중개인들로 시장이 달아오른다.

벌써 연간 매출이 1백61억원을 넘어섰다.

품질이 뒷받침되자 일본과 중국으로의 수출길도 열렸다.

일본에 장미와 백합 2억4천만원어치, 중국에 3억8천만원어치를 파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인근 부산건재집배송센터에도 최근 50개사가 입주해 불연재 마감재 등 건축
자재를 판매하고 있어 지난 2년간의 혹독한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

철강판매단지 역시 40개 업체가 들어서 연 20%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상공단이 물류단지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신발산업이 1980년대부터 쇠퇴의 길을 걷게되면서 부터다.

부도가 나거나 공장을 동남아등지로 옮겨가자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넓은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부산권과 경남에 새로 공단이 조성되면서 고무 화학 기계 장비업종이
이전해간 것도 사상공단일대를 거듭나게 만든 요인이 됐다.

특히 남해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한 점도 물류기지
로서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사상공단에 물류시설이 속속 들어서자 서울로만 향하던 경남지역 상인들이
이제는 이곳으로 몰려들어 영남지역의 중심상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르네시떼에는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을 찾던 마산 창원지역 소매상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르네시떼는 이에 힘입어 지역 패션디자이너를 총동원, 의류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해 지역 의류산업을 키우는데도 한몫을 하고있다.

공구상들도 판매처를 영남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물류시설이 속속 생겨나자 아파트 단지는 물론 호텔 병원 등의 부대시설도
들어서고 있다.

이로인해 요즘 사상구청과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는 땅을 사려는 사람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유통시설 인근 곳곳에 산업폐기물이 방치돼 있는 등
유통단지로서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쇼핑센터 아파트 공장이 섞여있는데 따른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은 부산과 경남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여서
부산 최대상권인 서면에 버금가는 물류중심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사상공단은 수년내 공업지대와 물류단지로 나뉘어
발전돼 녹산과 신호 등 서부산권 공업지역의 배후기지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ll@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