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케네디

세계경제는 앞으로 개발도상국에서 홍수처럼 밀려들 구직자들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지구 환경은 이런 성장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들은 지난해말 실패로 끝난 시애틀 회담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밀레니엄 라운드 개최를 논의할 때 그 뒤편에 아련히 나타난 질문이다.

이런 이슈들에 대해 가장 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자유로운 무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의 인구학적 지도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 때 문제는 인구의 절대적 증가가 아니라 한 지역과 다른 지역사이의
뒤틀린 인구학적 패턴이다.

유럽과 일본 북아메리카 등 부국들의 인구는 앞으로 50년 동안 거의 늘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 인구는 아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보통 부자들은 자녀들을 더 낳기보다는 소비를 늘린다.

반면 가난한 사회일수록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면서도 대가족을
형성하는 경향이 짙다.

사람은 많고 자원이 부족하면 불안정해진다.

아프리카에서도 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르완다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서반구에서 아이티, 유럽에서는 코소보 지역이다.

인구폭발은 그 자체로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가져오지 않지만 분명히 분쟁
의 원인으로 커질 수 있는 불씨들을 낳는다.

이같은 인구학적 격차는 기술 격차를 동반한다.

정보통신 혁명에 대한 떠들썩한 광고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쓰고 있는
인구는 인류의 2.4%에 불과하다.

미국인의 4분의 1이 인터넷을 쓰는데 비해 동남아시아에선 2백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아랍권에서는 그 비율이 더 떨어져 5백분의 1에 불과하다.

아프리카는 1천분의 1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차이로 특징지을 수 있는 세계화에 대해 생각할 때는 현존하는
1백90개 나라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는 것이 유용하다.

첫째 번영하고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선진국들로 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나라들이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도 여기에 속한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 그룹에 속하는 나라 숫자는 대략 30개에서 40개 정도다.

이 사다리의 맨 밑에는 50개에서 60개 가량의 비참할만큼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들이 있다.

르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렇다.

아시아와 중남미에도 이 범주에 드는 나라가 있다.

이들은 가난한 나라들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다.

이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거나 민간자본이 이들 나라로 흘러들어 이들을
도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들은 국제사회와 세계은행의 지휘를 받는 다국적 조직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들의 장래가 어떻든 그들이 세계 전체의 미래를 왜곡시켜서는 안된다.

그들은 WTO가 무엇을 하든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세번째이자 마지막 그룹은 아마 미래의 지구 컨디션에 가장 중요한 나라들
로 60개에서 70개 중진국들이다.

이들은 환경과 인구 사회적인 여러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약간의 교육된 두뇌들과 사회간접자본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는 자본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이 그룹은 자메이카 등 작은 섬나라들 뿐 아니라 인도와 파키스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크고 잘 알려진 나라들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까지 포함한다면 이 그룹은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한다.

이들이 가는 방향이 곧 지구의 미래다.

이들은 WTO 회담의 성과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들이다.

이들은 현재 세계화되고 현대화되는 과정에 있으며 단 1세대만에 세계
상품및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례없는 빠른 속도다.

이 나라들이 모순투성이라는 것은 놀라울 것이 없다.

이런 사회들은 시간을 거스르고 있다.

이들이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삶은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

아니면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의 강한 압력에 굴복당하고 있을까.

인도 인구는 매년 1천7백만명가량 늘어나고 있다.

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들이 2020년에 모두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더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노동력 증가가 2020년까지 거의 정체될 것이다.

반대로 가난한 곳에선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이것이 지구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우리는 수십억명의 새로운 노동자들을 세계시장을 겨냥한 생산에 끌어들여
환경 재앙없이 꾸준히 그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흡수하기엔 이 숫자가 지나치게 많은 것일까.

부유한 나라들은 임금이 싼 나라들로부터 밀려들어오는 수입품이 자국내
동업종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주는 데도 참을 수 있을까.

아니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의 무역에 상처를 줄까.

개발도상국들에서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다면 이들 나라에 있는
수억명의 야심만만한 젊은이들은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
같은 다른 나라로 이주하도록 허가될 수 있을까.

개발도상국들은 세계경제에 참여함으로써 너무 빨리 현대화되고 있다고
비판받게 될까.

WTO 회담이 무역장벽을 더 낮추는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광범위한 문제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세계 인구 가운데 중간층 60%의 앞날은 소수의 부자나라의 앞날과 곧바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시장에 대한 접근은 각각의 시장이 포함돼 있는 사회들간의 연결과 따로
떼어낼 수 없다.

이것은 세계화의 본질이다.

< 정리=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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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45년 영국 월젠드 온 타인 출생
<> 영국 뉴캐슬대 졸업
<>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역사학) 취득
<> 독일 본대학, 미국 프린스턴대학 고도학문연구소, 독일 훔볼트재단
알렉산더연구소 초청연구원
<>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
<> 현재 미국 예일대학 역사학 교수
<> 주요저서 :"영국 해군 지배력의 흥망" "외교의 이면 실상" "영국.독일
대립의 원인 1860~1914" "전쟁과 외교 1860~1945" "강대국의
대전략" "강대국의 흥망" "21세기 준비" 외 다수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