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은 "동양의 부활절"이다.

하지에서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한 밤은 동지에 이르러 극에 달했다가 다음날
부터는 짧아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이 날을 태양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날로 생각했다.

실제로 주나라에서는 동지를 신정으로 지켰다.

이 유습은 오랫동안 남아 조선조에도 우리는 동지를 "작은설(아세)"로
부르면서 명절로 삼았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속이야기도 그런데서
나온 말이다.

"박쥐가 울지않고 범이 교미를 시작하며 여주의 싹이 돋아나고 지렁이가
정을 나누고 고라니의 뿔이 떨어지고 샘물이 어는 때"가 동지라고 했다.

음의 기운에 잠겨 있던 만물에 양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는 정중동의
절후가 동짓날이다.

대자연의 부활준비가 시작되는 게 실은 동지부터다.

우리 옛 풍습을 돌아보면 새해의 새봄을 준비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판죽을 쑤워 나누어 먹는 것은 악귀를 쫓는 의식이었다.

관상감에서는 이날 이듬해 달력을 만들어 나눠 줬다.

궁중이나 여염에서 쇠가죽에 후추 설탕 꿀을 넣어 푹 고은 전약을 만들어
먹은 것은 몸의 양기를 돋우기 위한 보양식이었다.

쇠고기를 번철에 구워먹은 것이나 "열구자 신선로"라는 장탕을 끓여 술을
마시는 "난로회"라는 소박한 모임이 성행했다는 기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은 동짓날이다.

특별히 이날 밤에는 20세기의 마지막 보름달이 가장 밝고 큰 달이 뜰
것이라고 외신이 전하고 있다.

타원형 궤도로 공전하는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면서 1백33년만에 보름과
북반구의 동지가 겹쳐지기 때문이란다.

만물이 약동하는 동짓날에 성장 재생 완성 힘을 상징하는 보름달까지
듬뿍 비춰준다는 것이 왠지 길조처럼 보인다.

인간의 욕심때문일까.

요즘 우리 사회는 ''밀레니엄 해돋이''니 송년회니 해서 떠들썩하다.

''작은설''의 의미를 되새기며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21세기를
준비하는 성숙함이 아쉬운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