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단지에 있는 K방직은 지난 5월 공장 자동화를 위해 일본에서
최첨단 방직기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두달전 기계가 고장으로 멈춰 버렸다.

자사 기술자를 동원해 보고 산업기술지원단의 도움도 받아 봤지만 허사였다.

결국 이 회사는 일본의 기술자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산업용 공구를 제조하는 S공업은 지난달말 중국 전담
마케팅팀을 구성했다.

중국 영업통과 디자이너를 구하려고 보름 넘게 채용박람회장과 취업알선센터
를 뒤졌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아 애태우고 있다.

중소기업의 전문인력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올들어 경기가 수직 상승하면서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크게 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9백48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인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말까지 4% 가량의 인력 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대부분의 업체들은 마땅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반도체장비업체인 P산업의 인사팀장은 "자체 교육프로그램이나 재원이
빈약한 중소기업은 채용과 동시에 일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한다"며 "구직자는 넘쳐 나지만 쓸만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말을 빌면 중소기업은 "풍요속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 고용구조의 변화와 인력난 =벤처기업과 소규모 창업이 늘면서 고용구조
가 소기업 위주로 바뀌고 있다.

노동부가 최근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 1만3천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직종별
고용구조 및 인력부족 현황"에 따르면 30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가 지난
90년 15.1%에서 올해 26.7%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직종별로 보면 생산관련직은 줄어든 반면 전문.기술직은 14.2%에서 33.4%로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필요 인력은 늘어나는데 반해 인력부족률은 심화되고
있다.

특히 현장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장치.

기계조작원은 1.86%, 기능원은 1.75%로 전체 수준(1.1%)을 크게 웃돌아
인력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보안장비를 개발하는 S사의 경우 수출 전략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
(R&D) 인력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이 회사의 기술연구소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거액의 프리미엄을 내건 스카우트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 새로운 인력양성실험 =중기청은 지난 4월 "기술지도대학"을 출범시켰다.

이곳에선 전국 37개 대학의 교수와 대학(원)생 1천2백여명을 4백여개
중소기업에 파견했다.

종전의 산.학 협동모델과 달리 공대는 물론 경영대 미대 등이 가세, 경영
기술 디자인 장비 등 입체적인 지원활동을 펴는게 특징.

이러한 현장 지원과 경험을 통해 취업 예비인력인 대학생을 전문인력으로
키우고 졸업과 동시에 업체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중 경북 안동시의 가톨릭상지대학과 하외동탈방의 제휴관계는 새로운
협력모델의 성공가능성을 내비친다.

산업디자인학과의 김윤희 교수와 학생 3명은 하회탈 종이가면과 포장
디자인 개발을 맡아 관광상품화하는 개가를 올렸다.

학생 3명은 취업이 확정됐으며 회사는 전문 개발인력을 확보하게 됐다.

중기청은 점차 지도대학의 성과가 나타남에 따라 내년엔 50개 대학의
교수와 학생 3천명을 1천개 중소기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또 충남 천안시에 있는 호서대는 내년 "벤처전문대학원"을 설립한다.

대학원은 철저한 기업 현장 중심의 커리큘럼을 운영, 예비 벤처기업가들이
창업에 필요한 실무지식과 경험을 쌓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실직자를 전문인력화하려는 재교육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노동부와 시민단체 기업이 공동 참여한 "경실련.HiTEL 정보교육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고용보험 사업장에서 실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교육과
창업 컨설팅을 실시한다.

이러한 인력의 고도화 과정을 통해 관련 업체로의 재취업이나 창업을 유도
하고 있다.

<> 방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고 자금도 충분하지 않다.

교육훈련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거의 없고 해당 업무에 꼭 필요한 최소
인원만 쓴다.

결원이 생길 경우 다른 부서의 직원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필요한 사람을
곧바로 수혈해야 한다.

업체의 기술력이 하이테크(High-Tech) 이든 로테크(Low-Tech)이든 해당
업무나 기술에 해박한 "전문화된 맞춤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인력공급의 주요 창구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중소기업 현장 위주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정형화된 아마추어보다는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를 양성해야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 경험이 풍부한 실직자를 고도화하고 전문화하는 재교육
시스템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기업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직의 힘이 막강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의 경쟁력은 개개인의 능력과 역할에서 나온다"며 "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중소기업에 전문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