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피아 등 범죄단체들이 유로화 고액권 지폐를 선호하면서 유로화를
통한 돈세탁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했다.

OECD는 또 아시아 및 아프리카지역이 이들 범죄단체들의 돈세탁 거점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몬 고다드 영국 국립범죄정보부 전략국장은 11일 돈세탁에 관한 OECD
금융대책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벌써부터 일부 검은 자금이
유로화를 통한 돈세탁을 위한 예비단계로 영국 파운드화로 환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다드 국장은 액면 가치가 높은 5백유로(미화 5백70달러)짜리 지폐가
유통되면 돈세탁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이미 3~4년
전부터 유럽지역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액의 불법 자금을 운반할 때 5백유로짜리 지폐가 사용될
것이라면서 범죄단체들이 지금은 달러화를 선호하고 있지만 1백달러짜리
지폐보다 5배이상 가치가 높은 5백유로짜리 지폐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고다드 국장은 비행기 탑승시 소지할 수 있는 9kg 짜리 가방 안에
1백달러짜리 지폐로는 4백50만달러 밖에 넣을 수 없으나 5백유로짜리
지폐로는 무려 2천5백만달러 상당을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유로화 가입 11개국 주민들이 자국 화폐를 유로화로 환전해야
하는 오는 2002년 초기 6개월간에는 거래 액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돈세탁을 적발하기는 물리적으로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OECD 금융대책팀은 이날 제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 범죄조직이 서사모아와
나우루, 바누아투공화국, 쿡 제도 등 태평양지역을 돈세탁 기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또 돈세탁방지법 등 관련 법규가 미비한 아프리카 지역도 이들 범죄
단체들이 선호하는 돈세탁 장소인 것으로 밝혀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