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시 남쪽에 위치한 벨레뷰시.

울창한 숲사이로 흩뿌린듯 목조주택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기암괴석, 아름들이 고목들과 잔디로 어우러진 목조주택들은 이곳이
주택가가 아니라 차라리 자연공원으로 착각케 한다.

이곳은 최근들어 인구유입이 미국 서북부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곳중 하나.

여의도 4~5배에 불과한 이 곳에 요사이 리버티 우즈(Liberty Woods) 등
8개 주거지역이 들어서고 있다.

지역당 신축되는 집은 30가구에서부터 많으면 1백가구안팎.

벨레뷰시에 신축되는 집들의 공통된 특징은 전부 목조주택이다.

목조주택은 미국 주거문화의 주축이다.

이전에는 통나무 벽돌 합성수지 등을 재료로한 집들이 많이 지어졌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서 목조주택으로 틀이 바뀐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는 이미 조성됐거나 사업이 진행중인 신도시(New Town)
는 모두 1천4백여곳.

이중 70년대들어 신도시사업이 착수된 곳은 대부분 목조주택들이다.

심지어 3~4층짜리 콘도미니엄(우리의 아파트에 해당)도 나무로 지어진다.

미국도 한때는 목조주택이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소득증가로 목조주택 선호가 확산, 나무재료가 대량 생산되고 표준화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왜 목조주택을 선호할까.

우선 자연을 호흡하는 건강한 집이기 때문이다.

목조주택 수명은 1백년이 보통이다.

개보수가 얼마든지 가능한 탓이다.

눈 비 직사광선 등 일기조건에 따라 스스로 수축~팽창하며 습도 및 환기를
조절,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며 사람들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들이 목조주택을 좋아하는 이유다.

목조주택은 나무 재료가 서로 꽉 맞물려 힘을 지탱하는 핑거조인트
방식이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해도 벽돌주택 등과 같이 무너져 내리지 않아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방불케할 정도로 내구재 등 각종 나무재료가 정밀하게
표준화돼 있어 재료와 재료 접합부사이로 바람이 전혀 스며들지 않는다.

외풍이 없으며 숲한가운데 있는 집도 개미 등 곤충들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이러다보니 난방비 등 관리비가 벽돌주택 등에 비해 싸다.

특히 주 재료가 나무여서 벽돌이나 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손수 내집을
관리 및 개보수하기가 수월한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전원주택 붐을 타고 목조주택이 활발하게 지어지고 있다.

일산 등 택지지구 단독주택지마다 목조단독주택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임업협동조합은 목조주택에 사용될 내구재 등을 표준화해 대량 공급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3~4층 높이의 목조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관련 법규의
정비가 시급하다.

이와함께 땅값을 제외하고 평당 4백만원을 넘는 건축비를 2백만원대로
낮추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벨레뷰시(미국)=방형국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