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본 신도시 광정동에 있는 을지아파트 6단지.

이곳 8백18세대 아파트 주부들은 "환경 지킴이"로 통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서 인근 지역에
명성이 자자하다.

이곳 주부들은 단지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모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인근 부곡동에 있는 오리농가에 매일 모은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제공해
재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듯 세세한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사용할수 있도록 여러단계에 걸쳐 정성을
쏟는다.

일단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모은다.

이때 이쑤시개같이 딱딱하고 뾰족한 것은 골라낸다.

그리고나서 물로 한번 헹군다.

동물사료로 사용하려면 소금기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거른 후 밑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전용 용기에 모은다.

음식물에 남아 있는 물기를 마지막으로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집안에서만도 4단계의 처리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음식물쓰레기가
동물사료로 재활용된다.

한마디로 주부들의 손이 많이가는 작업이다.

하지만 을지6단지 부녀회 회원들은 불평보다는 오히려 이같이 재활용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

게다가 종량제 봉투를 덜 쓰기 때문에 경제적이기도 하다.

6단지내에서 하루에 재활용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평균 1백30kg 수준.

전체적으로 보면 월 30만원가량의 종량제 봉투값을 절약하는 셈이다.

물론 가구당으로 나누면 금액이야 적지만 꼼꼼한 가정주부들에겐 무시못할
액수이기도 하다.

김정희 주부는 "한달에 20리터 짜리 10개를 썼는데 이젠 5개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또 재활용을 하면서 환경보호의식도 높아지고 소비형태도 알뜰하게 바뀌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게 주부들의 설명이다.

한 예로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에 나선 이후 음식을 아예 적당한 양으로
만드는게 몸에 배게 됐다.

처음부터 신경을 써서 양을 조절하다보니 자연히 음식물 쓰레기가 줄고
식단도 알차진다는 얘기다.

노선순 부녀회장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도 개선
되고 있어 주부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6단지 부녀회는 이밖에 재활용쓰레기를 따로 모아 한국자원재생공사에
보내기도 한다.

또 아파트건물마다 지하에 헌 옷을 수거하는 통을 마련해 재활용을 한다.

여기 모인 헌옷은 수출회사를 통해 캄보디아나 중국으로 나가고 부녀회는
한달에 8만원씩 기금을 받는다.

다이옥신이나 쓰레기 매립 등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이곳
주민들은 몸소 환경지키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