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90년3월부터 환율제도를 복수통화바스켓제도에서 시장평균환율
제도로 전환했다.
새로운 환율제도하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제한된 범위내에서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외환당국은 과거와는 달리 외환시장에 거래자로 참여함으로써만 환율수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때 외환당국의 참여행위를 외환시장개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외환당국 또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외화보유고등을 포함한 해외자산과
주로 국공채나 일반 은행대출로 이뤄진 국내자산으로 구성된 자산항목,
민간보유현금과 일반은행의 중앙은행예치 지불준비금 합계인 본원통화,
기타 국내부채와 해외부채등으로 구성된 부채항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여기서 외환시장개입은 바로 외환당국이 보유한 순외화자산(해외자산-해외
부채)의 규모가 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시장개입의 형태는 크게 태화시장개입과 불태화시장개입으로 나눠볼수
있다.
전자는 외환당국이 외화표시자산을 매입 또는 매도할 때 그것에 상응하는
본원통화규모의 변동을 허용하는 개입형태를 의미한다.
후자는 외환당국이 시장개입과 동시에 공개시장조작등을 통해 외환당국의
통화성 부채인 본원통화의 규모를 개입 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개입형태를 의미한다.
즉 불태화시장개입의 경우는 외환당국에 의해서 순국내자산(국내자산-국내
부채)의 증감이 시장개입에 의한 순외화자산의 증감과 동시에 반대방향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본원통화의 규모에는 변동이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외환당국은 환율의 안정적 운용및 균형수준으로의 조정, 공적 외환보유액
또는 구성의 변화등을 목적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특히 자본자유화및 외환자유화의 확대로 인해 자본의 유출입이 증대되는
경우 환율의 안정적 운용과 균형환율수준 유지의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에
정책수단으로서의 외환시장개입 중요성은 크게 증대된다.
외환시장개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태화시장 개입의 경우는 개입에 따른 본원통화의 증감이 중화되지
않고 개입과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에 일종의 통화정책으로 간주될 수 있다.
결국 개입의 효과도 통화량의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효과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불태화개입의 경우는 크게 3가지 경로를 통하여 환율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투자자들의 자산선택 변동을 통한 효과이다.
즉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 의해 시장에서 유통되는 국내자산과 해외자산의
상대적 크기가 변화되면 각 자산의 환위험프리미엄이 변화되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자산선택에 변화가 초래돼 환율이 변하게 된다.
둘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향후 통화정책이나 균형환율에 대한 정책당국
의 내부정보를 시장에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해 시장거래자들의 환율예상을
변화시켜 환율이 영향받는다.
1985년9월의 플라자협정 직후 엔화와 마르크화의 급격한 절상은 바로 시장
개입이 현재의 환율이 장기균형환율수준에서 이탈되어 있다는 내부 정보를
시장참가자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초래된 결과라고 볼수 있다.
셋째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의 기술적 분석지표와 시장풍문등에 주로 의존해
거래하는 시장참여자들의 행태와 시장상황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분석해
적절한 시점에 외환시장에 개입함으로써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경로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대체적으로 불태화시장개입은 단기적
으로는 환율수준에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불태화시장개입이 단기적으로 환율안정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시장개입이 국내
금리의 상승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자본자유화가 상당히 전전돼 있는 상황에서 불태화개입 결과 국내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해외자본의 유입이 유발된다.
또 지속적인 불태화개입은 결국 국내자산 매각과 이에 따른 이자지급확대로
인한 재정압박 또는 통화증발을 초래해 물가안정과 환율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이 안정화정책의 일환으로 환율정책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자본유출입을 유발시키는 근본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국내 금리 상승 억제에 적합한 정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본유입이 해외자산의 수익률하락에서 비롯될 경우에는 국내
채권의 공급확대를 수반하는 불태화개입이 바람직하다.
반면 국내통화수요 증대에 따른 자본유입의 경우에는 통화공급확대를 의미
하는 태화개입이 적절하다.
또 생산성제고등으로 인한 수출증대로 자본유입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명목환율의 점진적인 절상을 통해 물가안정을 유도하는 정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