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지역금융 활성화에 적극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진작부터 효율적인 경영을 도입하지 못한 자체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지방은행들만으로는 해결할수 없는 구조적이거나 제도적인
장애물들도 도처에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들이 가장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의무
대출비율.

지방은행은 연중 대출증가액의 70%를 중소기업에 대출하도록 돼있다.

그나마 지난 93년도에 10%포인트 낮춰진 것이다.

이에반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은 45%.

지난해의 경우 지방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비중은 평균 75.9%로 시중은행
평균치 49.8%와 26%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특히 대구은행과 경기은행의 중소기업대출비중은 무려 81.1%와 80.4%로
기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반면에 상업은행 36.2%를 비롯해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은 각각 36.2%와
23.0%에 머물고 있다.

단순히 중소기업대출비중이 높다는 차원이 아니라 소비자금융을 전혀
못하게 된다는게 지방은행들의 하소연.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은행에다 일반인들이 예금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일반인자금이 시중은행으로 옮겨가면 결국 지방중소기업에도 불리하고
자금역류현상도 온존시키게 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의무대출비중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대출을 놓고 시중은행과
경쟁하는데도 걸림돌로 작용, 지방은행은 지방화시대에도 여전히 변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할 실정이다.

중소기업 우선지원이라는 선의의 정책이 유독 지방은행들에게 심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을 줄여달라고 지방은행들이 수차례 요구했으나
상공부(현재 통상산업부)의 반발에 무산되곤 했다.

지방은행들은 "중소기업지원이 중요하다면 중소기업대출비율을 시중은행은
높이고 지방은행을 낮추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로비력이
약한 지방은행의 주장이 먹혀들리 만무했다.

영업구역제한도 지방은행들의 불만사항.

시중은행은 지난해 점포간 거리제한규정이 철폐됨에 따라 어디에든지
영업점을 열수 있게 돼있다.

그러나 지방은행은 서울에는 97년까지 매년 한개씩만 지점을 개설할수
있다.

그리곤 광역시마다 지점1개씩 개설할수 있는 것이 전부다.

한정된 영업망으로는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

광주은행의 경우 지방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은행명을 바꾸려고 시도하다가
제동이 걸리기도 했었다.

은행이름조차 영업구역제한에 묶여있는 것이다.

더욱이 인사에서 오는 외압도 효율적인 경영에 장애물.

현재 10명의 지방은행장중 5명이 한국은행출신.

시중은행에는 명함을 내밀기도 쉽지않은 한은출신들이지만 지방은행에서만
은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낙하산인사들이 지방은행의 경영효율화에 별도움이 안됐었다는
게 지방은행관계자들의 설명.

사소한 서류문구만을 따진다는 평을 듣던 한은출신 지방은행임원의 경우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로 물러난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을 만만하게 보다 보니 이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90년대초반 한 중견의류업체가 부도위기에 몰렸을때 이 업체 본사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주거래은행도 아닌 한 지방은행 서울지점에서 자금을
지원해 주라는 지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려왔다.

지방은행 중하급직원들의 반발로 결국 대형시중은행인 주거래은행이 지원을
했으나 회사는 부도를 냈고 지방은행사람들은 아직도 불쾌감을 간직하고
있다.

지방금융에 정치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지방금융을
낙후시키는 요인.

올해초 지방은행들은 통합시금고를 놓고 농협과 경쟁을 벌였으나 결과는
대패였다.

농협출신들이 시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데다 각종 농촌지원정책이 농협을
통해 이뤄져 농민들 "표"를 확보하고 있는 농협과 지방은행은 경쟁이 되지
않았다.

강릉과 춘천시금고를 모두 농협에 빼앗겨버린 강원은행에서는 본점을
원주로 옮겨야겠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정치위주의 지방금융풍토 때문에 요즘 야당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는
일부 지역의 지방은행들은 숨소리를 죽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