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양산 앞두고 "TSMC보다 싸게" 선언
해외 60여 개 기업과 수주 협상
9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일본생산성본부가 전날 나가노현에서 개최한 강연에서 "양산 체제가 갖춰지면 첨단 반도체 판매 가격을 TSMC와 같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올해 말 2나노미터(㎚) 공정 시험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고이케 사장은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며 웨이퍼 1장당 가격을 300만~350만엔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TSMC,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 언론은 라피더스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TSMC 고객을 일부 유치하려는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라피더스는 해외 기업 60여 곳과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라피더스에 총 2조3540억엔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첨단 파운드리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은 이후 미국의 통상 압박과 엔고, 메모리 시장 변화 등의 영향으로 경쟁력을 잃었고, 현재는 대만과 한국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산업 재건의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도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사장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완공 예정인 미야기현 생산거점에 로봇을 도입해 장비 납기를 단계적으로 절반 수준까지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AI 확산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투자 확대 영향으로 고객사들의 납기 단축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주요 고객 대부분이 향후 2년 안에 새로운 생산거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하는 '테라팹(Terafab)' 구축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적극 대응하겠다"며 미국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도쿄일렉트론의 중국 사업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와 중국 장비업체들의 성장 영향으로 2026년 3월기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18%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