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글로벌 PEF 명성에 균열2015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를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특명을 내렸다. 경쟁자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었다.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에서 MBK는 KKR·어피니티 컨소시엄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음에도 고배를 마셨다. 이후 오비맥주는 2014년 AB인베브에 매각되며 KKR·어피니티에 투자 원금의 2.6배에 이르는 이익을 안겨줬다. 김 회장으로선 뼈아픈 패배였다.
금감원은 직무정지 중징계 결론
절치부심한 MBK는 2015년 9월 홈플러스 인수에 성공했다. 부채가 포함된 기업가치(EV) 기준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메가 딜’이었다. 홈플러스의 장단기 차입금 2조원가량을 승계하고 에쿼티(지분) 투자금으로 3조2000억원, 인수금융으로 2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게 골자였다. 한국에서 PEF가 참여한 인수합병(M&A) 거래 중 최대 규모였다. 현재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MBK 인수 후 홈플러스는 조금씩 경쟁력을 잃어갔다. 쿠팡을 필두로 한 온라인 유통업체 부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창고형 매장을 도입하는 등 근본 체력을 키우는 조치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패착으로 거론된다. 웃돈을 주고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은 ‘악성 점포’의 존재도 실사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인수 후에야 인지했다.
외부 변수도 있다.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쿠팡은 소프트뱅크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며 위기를 넘겼고,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마트의 대항마 자리를 굳건히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강성 노조 역시 MBK로선 예상하지 못한 요인이었다. 인수 당시 연 8000억원에 달하던 홈플러스의 현금창출력(EBITDA)은 2024년 3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에쿼티 투자금 3조2000억원 가운데 MBK가 3호 블라인드펀드로 투자한 자금은 50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2조7000억원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국민연금 등 출자자(LP)가 댔다.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2024년 홈플러스 점포를 신탁 담보로 잡고 1조3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차환해준 메리츠금융그룹 외 투자자는 원금의 상당 부분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 메리츠도 대량 실업을 야기했다는 비난을 받는 등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열린 3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MBK 검사 결과 조치안을 논의해 결론을 내렸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사전 통지한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임원에 대한 직무정지 등 중징계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직무정지 조치가 확정되면 MBK는 국내에서 일정 기간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