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CGA "금융지주 CEO 임기, 법으로 묶을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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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안유라 한국 리서치 총괄

CEO 임기보다 승계 투명성 중요
법이 이사회 판단 대신해선 안돼
주총·공시로 주주 판단 넓혀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에서 한국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의 해법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CEO의 장기 재임 여부보다 이사회가 CEO를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후계자를 투명하게 선정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진단이다.

안유라 ACGA 한국 리서치 총괄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지주 CEO 임기 제한의 경직적인 법정 제한이 더 나은 지배구조의 해답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렇게 밝혔다.

ACGA는 아시아 주요 시장의 기업지배구조 제도와 기업 관행을 분석하고, 투자자 관점에서 제도 개선 의견을 내는 비영리 회원단체다. 블랙록·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기관(NBIM) 등 전 세계 100여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냈다. 안 총괄은 ACGA 내에서 한국 시장의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 관련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한국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이번 견해가 ACGA의 전반적인 입장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안 총괄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금융지주를 볼 때 주목하는 지점은 CEO가 몇 년 재임했는지가 아니다”라며 “CEO 평가, 후계자 선정,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이 이사회에 의해 충분히 독립적으로 이뤄지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오히려 CEO 임기 제한 때문에 이사회가 해야 할 평가와 승계 판단을 법이 대신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ACGA 측 의견이다. ACGA는 이사회가 져야 할 책임을 법이 덜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안으로는 독립적인 이사회 평가, 의미 있는 주주총회 의결, 충분한 공시, 승계 절차의 실질화 등을 제시했다. 이런 방식이 이미 선진화된 자본시장에서 채택하는 접근 방식에 가깝고,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이런 방식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안 총괄은 “독립성은 특정 시점에 CEO가 반드시 교체돼야 한다는 결과를 미리 정해두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사회가 CEO를 성과와 역량에 따라 평가하고, 필요할 때 교체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임원 보수 체계와 관련해서는 클로백과 세이온페이가 긍정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클로백은 성과급 지급 이후 부실이나 위법 행위가 드러났을 때 이미 지급한 보수를 환수하는 장치다. 세이온페이는 주주가 임원 보수 정책에 대해 의사를 표시하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법적 금지보다 주주와 시장의 감시를 통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보수 공시의 질에 달려 있다고 봤다. 개별 임원의 보수와 산정 근거, 성과 연계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클로백은 이사회 재량에 의존하게 되고, 세이온페이도 충분한 정보 없이 이뤄지는 형식적 투표에 그칠 수 있다고 ACGA 측은 봤다. 안 총괄은 “금융당국의 역할은 결과를 직접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시 기준을 높이고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집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