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팔아선 돈 못 번다"…러닝 대회에 깔린 음료의 정체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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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마니아만 먹던 시대 끝"…단백질 시장의 지각변동

“8000억 시장 잡아라”…단백질 영토 넓히는 유업계

음료 넘어 에너지젤·워터프로틴 경쟁
마트 진열대 대신 '러닝 현장 마케팅'
사진=일동후디스 제공
우유와 분유를 팔던 유업체들이 러닝·마라톤족을 겨냥한 스포츠 영양식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단백질 음료와 쉐이크 중심이던 제품군은 에너지젤, 워터프로틴, 고함량 단백질 음료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판매 방식도 달라졌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진열대에 제품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러닝 행사, 마라톤 대회, 헬스장, 무신사 등 운동·라이프스타일 채널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운동 현장으로 간 단백질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는 2018년 813억원에서 2023년 4500억원으로 5년 새 5.5배 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시장 규모가 8000억원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단백질 제품이 중장년층 영양 보충식이나 헬스 애호가용 보충제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일상 운동을 즐기는 소비자의 간편 영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업체들이 스포츠 영양식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기존 주력 시장의 성장 정체가 있다. 저출산으로 분유 수요는 줄고, 흰우유 소비도 예전만큼 늘지 않고 있다. 반면 단백질과 기능성 영양식은 유업체가 보유한 원료와 영양 설계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성장 분야다. 우유 단백질, 산양유 단백, 분리유청단백 등 기존 유업 기반 원료를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남양유업 기능성 에너지젤 '테이크핏 부스터' 신제품

남양유업은 최근 에너지젤 ‘테이크핏 부스터’를 출시하며 단백질 브랜드의 소비 장면을 운동 전후에서 운동 중으로 넓혔다. 매일유업은 ‘셀렉스’를 단백질 음료·파우더·바에서 스포츠 라인으로 확장했고, 일동후디스도 ‘하이뮨’ 액티브 라인과 에너지젤을 앞세워 젊은 운동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빙그레 역시 ‘더단백’으로 워터프로틴과 고함량 단백질 제품을 내놓고 스포츠 콘텐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유업계 전반이 단백질 제품을 건강식에서 스포츠 영양식으로 재포지셔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트 진열대 넘어 러닝 코스로


업계가 주목하는 변화는 유통 방식이다. 과거 단백질 제품은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건강식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에는 브랜드가 직접 운동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러닝 행사에서 제품을 나눠주고, 마라톤 대회와 연계해 체험 기회를 만들며, 헬스장과 스포츠 팝업에서 브랜드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올리브영이나 무신사 같은 뷰티·패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백질 제품을 단순한 건강식이 아니라 운동복, 러닝화, 애슬레저와 함께 소비되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운동을 시작하고, 기록을 공유하고, 관련 용품을 사는 과정 안에 단백질 브랜드를 끼워 넣는 셈이다.

경쟁의 초점도 단백질 함량에서 소비 상황으로 옮겨가고 있다. 운동 전후에는 고단백 음료, 운동 중에는 에너지젤이나 워터프로틴, 일상 식사 대용으로는 쉐이크와 바를 제안하는 식이다. 단백질을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먹게 할지가 마케팅의 핵심이 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제품은 더 이상 헬스 마니아만 먹는 보충제가 아니라 일상 운동을 즐기는 소비자의 간편 영양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러닝과 마라톤 인구가 늘면서 운동 현장에서 직접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스포츠 마케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은 빠르게 번지지만 그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트렌드워치’는 뜨는 소비 트렌드 뒤에 숨은 업계의 전략과 시장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