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파괴' SK하닉 뜨자…삼성 '30년 열린 채용'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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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995년부터 학력 제한 폐지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유지
AI 인재전 속 능력 중심 채용 부각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성과급'으로 구직자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이 된 SK하이닉스가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요건을 없애기로 해 화제인 가운데, 30년 전부터 학력 제한을 폐지해온 삼성의 '열린 채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졸 요건 폐지'에 들썩

19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7일 시작한 신입사원 수시채용부터 학력 자격 요건을 전면 폐지했다. 기존 채용 공고에 들어가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지원 가능' 등의 문구도 사라졌다. 앞으로는 지원자의 경험과 직무 역량, 기업문화 적합성,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채용 기준 개편은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일반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인재 확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특정 학위보다 문제를 풀어내는 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AI 시대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3대 근육'을 강조한 바 있다. 스스로 질문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생각 근육', 새로운 기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적응 근육', 다양성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협업하는 '공감 근육'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급변하는 AI 환경 속에서 미래 인재들의 경쟁력은 특정 학위나 정형화된 스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채용 기준을 혁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30년 전부터 문턱 낮췄다고?

이번 SK하이닉스 채용이 화제가 됐지만 삼성의 경우 이미 1995년부터 공채 전형에서 학력 제한을 없앴다. 당시 삼성은 '열린 채용'을 시작하며 입사 자격요건에서 학력뿐 아니라 국적, 성별, 나이, 연고 등을 제외했다.



삼성은 특정 배경이나 형식적 조건보다 지원자의 역량과 가능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운영해왔다. 올해로 30년째 이어진 열린 채용을 통해 입사한 인력들은 반도체, 모바일, 가전, 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삼성의 채용 제도는 '공채 유지'라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도입한 뒤 올해로 70년째 제도를 이어가고 있다. 1990년대 외환위기 등 극히 이례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 2000년대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공채를 지속했다.

70년째 공채 유지…4대 그룹 중 유일

현재 4대 그룹 가운데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대기업 채용이 수시채용 중심으로 바뀐 가운데, 삼성은 매년 상·하반기 정기 공채를 실시하고 있다. 청년들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취업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선호가 크다.



삼성은 학력 제한 폐지 이후에도 채용 제도를 꾸준히 손봐왔다. 1993년에는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고, 인성과 직무 적성을 평가하기 위해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자체 개발했다. 선발 과정에서 학력 같은 외형적 조건보다 직무 적합성과 잠재력을 보겠다는 취지다.



입사 이후 인사제도 개편도 병행하고 있다. 직급 통폐합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 평가제도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이 입사 이후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가고 있단 설명이다.

삼성은 채용 제도와 함께 국내 일자리 창출 기조도 강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게 관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