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3개월간 출근율 48%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노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노 전 위원장이 선거를 앞둔 3개월 동안 중앙선관위 청사에 출근한 날이 법정 근무일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합수본, 인쇄 계획서 등 증거 확보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합수본 요청으로 노 전 위원장과 허철훈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노 전 위원장, 허 전 사무총장을 비롯해 선관위 관계자 10여 명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합수본은 전날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선관위 등 7곳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합수본은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와 회의록, 예산서, 지방선거 관련 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보관 장소와 수량, 잔여 매수 등을 기록한 투표록도 압수 대상에 포함됐다.
노 전 위원장의 근무 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선관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은 대법관에서 퇴임한 3월 3일부터 선거일인 6월 3일까지 법정 근무일 60일 가운데 중앙선관위 청사에 출근한 날이 48.3%인 29일에 그쳤다. 시·도 선관위 방문 등 외부 일정으로 출근 기록이 없는 날 8일을 포함해도 근무 일수는 37일로, 전체의 6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노 전 위원장의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았다. 정확한 출근 시간이 확인된 29일 가운데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한 날은 하루에 불과했다. 14일은 오후에 출근했고, 이 가운데 7일은 오후 3시 이후 청사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위원장이 이 같은 근무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선관위원장이 비상임직이어서 정해진 출퇴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관례상 대법관이 겸직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