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7년 전 잘못도 사과한 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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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단체 "건강한 문제 해결"
진정한 소통이 신뢰회복 열쇠
장서우 유통산업부 기자
피해자의 용서는 가해자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박종철기념사업회가 무신사 임직원과 마주한 건 피해자를 향한 진정성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광고가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바로 다음 날 무신사는 두 차례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조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은 사업회 사무국에 만남을 요청했고, 사업회에서 회신을 받고 난 뒤에야 조심스레 움직였다. 이날 이 국장이 무신사 경영진에게 박종철 열사가 고문당한 대공분실 509호를 소개한 장면은 사태의 파장을 가라앉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 데이’ 논란이 불거진 바로 다음 날 김수완 신세계그룹 부사장이 5·18기념문화센터가 있는 광주를 찾았으나 관계자를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 것과 대조된다. 충분한 일정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찾아왔다는 게 5·18 단체 입장이다.
사건 발생 경위와 후속 조치를 총정리한 세 번째 사과 끝에 무신사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 같은 사안에 대해 네 번째 사과문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역사 왜곡 발본색원’ 의지가 담겼다는 X(옛 트위터) 게시물이 올라오자 무신사는 지체하지 않고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과거 논란이 ‘파묘’된 데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마케팅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담당 부서뿐 아니라 여러 조직의 다중 검수를 거치고 있다는 사실만 밝혔다. 고심 끝에 조 대표가 7년간 꾸준히 사업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후원한 사실도 공개했다.
모든 기업에는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빨리 덮는 게 아니라 피해자와 사회가 납득할 방식으로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신세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5·18 단체와의 충분한 소통과 진정성 있는 사과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꾸준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