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비료 비축 추진…이란 전쟁에 식량·농업 안보 비상

비료 공급망 불안에 식품 가격 급등 우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비료 비축과 역내 생산 확대에 나섰다. 전쟁 여파로 글로벌 비료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식량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별 최소 비료 재고 의무화와 공동 구매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한 ‘주요 비료에 대한 대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한센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식량 안보는 곧 비료 안보”라며 “유럽은 농업 생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비료를 더 많이 자체 생산하고 외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비료 비축 카드를 꺼낸 것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비료의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질소계 비료 가격은 지난달 기준 2024년보다 약 70% 급등했다. 질소 비료 생산의 최대 80%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EU는 당장 식품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농가가 전쟁 이전 사들인 비료 재고를 소진하는 올해 말부터는 비용 부담이 농산물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곡물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생산비 부담이 커질 경우 식품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는 펜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위기를 거치며 공급망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유럽의 기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핀란드는 이미 곡물·연료와 함께 비료 비축 제도를 운영 중이다. 스웨덴은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이후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비료와 곡물 등의 비축 계획을 발표했다.



EU는 공동농업정책(CAP) 개정을 통해 농업 보조금 선지급을 허용할 방침이다. 또 바이오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농가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해당 물질은 영양분이 풍부하지만 질소 함량이 높아 사용을 제한해왔다.



다만 환경 규제 완화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농업 단체들은 EU 배출권거래제(ETS)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EU는 기존 탄소 규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