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스타머…英 정치 리스크에 국채금리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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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5.13%, 금융위기 후 최고
스타머, 선거 참패로 리더십 흔들
차기 총리 후보, 확장재정 강조
국채 추가 발행 가능성 높아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장중 연 5.13%까지 올라 2008년 6월 30일(연 5.13%)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국채 기준으로 영국 국채 금리는 미국(연 4.45%)과 독일(연 3.10%)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만 0.64%포인트 올라 미국과 독일 국채 금리 상승폭 대비 두 배 이상이다.
영국 국채 시장이 불안한 배경은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 위기에 있다. 노동당은 지난 7일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배했다. 잉글랜드 지방의회 선거에서 기존 의석의 절반이 넘는 1496석을 잃어 1068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은 1453석을 확보했다. 4년 전 2석에서 1451석 늘어나 압승을 거뒀다.
내각 일부 차관은 스타머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사임했다. 노동당은 총리 지지파와 반대파로 쪼개지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영국 투자회사 트웬티포의 고든 섀넌 파트너는 “영국 국채 가격에 상당한 공포가 반영돼 있다”며 “스타머 총리를 대체할 잠재 후보 중 상당수는 추가 재정 지출과 차입 확대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력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앤디 버넘 맨체스터시장은 국방비를 기존 재정 규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5년간 500억파운드(약 100조원)의 추가 차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영국 정부 차입 계획보다 약 12% 증가한 규모다.
물가 상승 우려도 영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2월 말보다 약 50% 상승했다.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영국은 에너지 가격 충격에 취약하다. 영국은행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내년 초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보통 국채 금리도 같이 뛴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영국 정부의 재정 부담은 커졌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2030년까지 연간 이자 비용이 150억파운드(약 30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