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북초 정문 앞 엑셀 방송 스튜디오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법망 회피
경찰·지자체 “법적 제재 근거 부족”
학부모들, 건물주·세입자 우회 압박
26일 교육당국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인근 한 빌딩 지하에 지난해 3월부터 ‘엑셀 방송’ 전문 스튜디오가 입주해 영업 중이다. 엑셀 방송은 여러 여성 인터넷방송 진행자(BJ)를 출연시켜 자극적인 춤이나 행동을 하게 한 뒤, 후원금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성인용 콘텐츠다. 국세청이 지난해 “사회규범을 어지럽히는 유해 콘텐츠”라며 ‘사이버 룸살롱’으로 규정한 바 있는 업종이다.
문제는 이 스튜디오가 아이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주 통학로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하교 시간대인 오후 3시경이면 짧은 치마 등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여성 BJ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폰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이 흔하게 목격된다.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들이 이들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해당 시설에 대한 유해한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언북초 학부모들은 구청과 교육청에 서한을 보내는 한편,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해당 시설이 교육환경법상 ‘청소년의 건전한 교육환경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시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즉각적인 현장 확인과 영업 제한, 시정명령 등을 촉구했다.
과거 이 학교 인근의 또 다른 유해 업소를 몰아냈던 ‘성공 경험’을 공유하며 결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예전처럼 다시 고무장갑 벗어 던지고 ‘다들 모이세요’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더 싫다”며 “누군가 앞장선다면 이번에도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해당 건물 3층에 입점한 피부과 의원 등 다른 세입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성인 방송 스튜디오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건물 근처에 오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고 했다”며 “병원 운영에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건물주와 상의를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