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 100조 전망에 제약·바이오 '묻지마 탑승'

임상초기·동물실험 단계 대부분
최종 상업화 확률 7% 안팎 불과
코로나식 테마 재연 우려 커져
글로벌 비만약 시장이 100조원 규모로 커진다는 장밋빛 전망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너도나도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이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을 주가 띄우기용 재료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1일 국내 증시에서 비만약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먹는 비만약을 개발해 멧세라(화이자 자회사)에 기술수출한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이 558.58%에 달했다. 이 밖에 월 1회 맞는 비만약 기술을 보유한 펩트론(168.06%)과 인벤티지랩(389.87%)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에 일부 기업이 GLP-1을 주가 띄우기 재료로 사용하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케어젠은 지난해 7월 자체 개발한 GLP-1 건강기능식품 ‘코글루타이드’의 인체적용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인도에서 비만 및 당뇨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자사의 건강기능식품(100㎎)을 투여한 결과 평균 체중이 10.75% 줄고 근육 비율이 2.8% 상승했다는 것이다. 의약품인 위고비 주사제(6%)보다 높은 감량률에 업계의 의문이 쏟아졌다. 케어젠은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규식이원료(NDI)로 인정받았다고 발표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NDI는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만 인정되면 받을 수 있으며, 원료의 효능을 입증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상적인 개발 과정을 밟고 있더라도 ‘실패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약품, 일동제약, 대웅제약, 셀트리온, 삼성에피스홀딩스 등 국내 중대형 제약사마저 주사, 경구용, 패치형 등 다양한 형태의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한미약품과 디앤디파마텍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은 임상 극초기 단계거나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통상 임상 1상 후보물질이 최종 상업화에 성공할 확률은 7% 안팎에 불과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많은 기업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외쳤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비만약 신기술 발표에 휩쓸리기보다 실제 데이터와 글로벌 빅파마 약물 대비 객관적인 경쟁력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