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트 와인 뭐가 다르길래…"월마트에선 상상도 못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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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진열된 와인 보고 놀랐다"
해외 유명 와이너리가 한국 택한 이유
정용진 회장이 3000억에 인수한 와이너리
"신세계는 돈보다 소비자 바라보고 있었다"
크리스 에이버리 쉐이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방한 행사에서 "당시 프랑스 기업이란 대안이 있었지만, 쉐이퍼와 신세계의 가치관이 명확히 겹쳤다는 점이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며 "사람을 존중하고 소비자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서로 닮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즈니스를 소비자와의 깊은 연결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신세계와 셰이퍼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와인을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경험과 소비의 즐거움'으로 보는 시각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에이버리 CEO는 "와인의 가치는 가격 상승이 아니라 실제 소비와 즐거움에 있다. 이 같은 철학이 인수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소비자에 대한 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이해도가 높은 와인 소비자층"이라며 "향후 자산가치 상승을 노리고 수집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마시고 즐기기 위한 소비가 활발한, 매우 바람직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성향이 뚜렷하고 와인을 경험 중심의 소비로 받아들이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1972년 설립된 쉐이퍼는 미국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컬트 와이너리로 자리 잡았다. 대표 와인 '힐사이드 셀렉트'는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6차례나 100점 만점을 받았다. 또한 전량 자가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에스테이트 중심 구조와 40년 이상 동일 와인메이커가 모든 빈티지를 책임지는 일관된 양조 체계로 시장에서 호평받는다.
쉐이퍼는 약 242에이커(약 97만9000㎡) 규모의 포도밭을 직접 관리하며 포도 재배부터 병입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태양광 에너지 활용, 물 재사용, 매와 올빼미 등을 활용한 방제 등 친환경적인 농법도 수십 년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약 3000억원을 들여 쉐이퍼를 인수한 신세계도 이러한 철학을 유지하면서 와이너리의 확장 기반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에이버리 CEO는 "초기에는 아시아 자본이 미국 나파밸리에 들어온다는 점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있었다"면서도 "신세계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기존 운영 방식을 존중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수 이후 쉐이퍼는 다양한 토양의 포도밭을 추가 확보하고, 선별 장비 등 설비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 역시 단기 생산량 확대보다는 품질과 복합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세계에 합류한 쉐이퍼의 향후 전략에 대해 에이버리 CEO는 "5년이 아니라 50년을 내다보고 있다"며 "쉐이퍼를 향후 100년을 이어갈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포도밭, 생산, 고객 경험까지 전반적인 구조를 다음 세대를 위한 방향으로 재정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