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계산기 두드리는 시진핑…그래도 챙길 건 챙겼다 [차이나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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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둔화 고민 속 에너지 충격 여파까지
미국의 중동 영향력 약화, 전략적 기회
정상회담 연기도 오히려 이득
에너지 가격 부담스러운 中
26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최우선 정책 목표인 내수 진작과 산업 구조조정 그리고 이란 전쟁 속 적당한 실리 외교에 고심하고 있다.중국은 내부적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내수 둔화와 높아진 청년 실업률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수 부진과 산업 과잉 생산·출혈 경쟁, 부동산 시장 침체등으로 올해 35년 만에 가장 낮은 4.5∼5%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을 정도다.
가팔랐던 성장세가 꺾였다는 국제사회와 내부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올 초부터 수출 다변화를 노리고, 정부의 재정 지출 강도를 높이면서 경제 분위기 전환에 공을 들였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경유 소매가격 결정에도 개입했다. 미국과 관세 전쟁에 따른 후유증으로 좁아진 수출 활로 역시 신속하게 정상화해야 하는데, 이란 전쟁 여파로 미·중 정상회담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원유·해운·제조 비용 상승과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한국·일본 등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비해선 낫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한 기업들의 사정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내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美 공백 틈타 대만 등에 주력
다만 중국은 경제적 손실에도 정치·전략 차원에선 일부 실익을 챙기고 있다.중국은 이란산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등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란 전쟁 발발 후엔 중립과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비판하면서도 이란이 관련된 무고한 민간인 살상을 함께 거론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다.
여기에 미국의 중동 개입이 길어질 수록 아시아에 대한 전략도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 이슈 등에서 중국의 입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군 전력을 강화하려는 시점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약화됐다"며 "이란 전쟁을 계기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력이 강화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군사 행동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질서와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더 신뢰할 만한 강대국으로 포장할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만 해도 중국을 겨냥해 초고율 관세와 무역 제재, 거친 언사로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선순위에서 중국이 다소 밀린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중 정상회담이 자칫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수 있었는데 이란 전쟁 여파로 연기되면서 오히려 깊이 있는 협상이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관세 문제,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에서 일정 수준의 양보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