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텐센트, 'AI 에이전트 몰빵'에 투자자들 불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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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실적 호조...게임 부문이 '효자'
5분기 연속 두자릿수 성장세 이어가
단기 수익 악화·라이벌들과 경쟁 부담
이 회사는 지난 18일 “AI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포했다. 자사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과 ‘손안의 비서’라 불리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통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실적도 양호했다.
하지만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약 30%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SNS와 게임 분야에서 얻은 수익을 AI 분야에 너무 많이 쏟아붓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게임으로 불린 실적, AI에 투입
텐센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7518억위안, 영업이익은 18% 늘어난 2807억위안을 기록했다. 분기별 매출도 5분기 연속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게임 부문의 약진이 실적 호조의 주 요인이었다. 지난해 4분기 텐센트의 중국 국내와 해외 게임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18%, 33% 증가한 1642억위안, 774억위안이었다.
중국 인기 게임 ‘왕자영요’, 크래프톤의 게임 지식재산권(IP)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버전 ‘화평정영’ 등 기존 장수 게임들의 인기가 지속됐다.
마화텅 텐센트 최고경영자(CEO)는 18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사용자가 14억명에 달하는 위챗과 AI 에이전트를 연동하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 CEO는 “AI가 광고 효율과 게임 이용자 경험치를 향상시켰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성장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영입하고 관련 인프라를 고도화시켜 AI 생태계를 더욱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텐센트는 지난해 신형 AI 제품 개발에 180억위안을 투입했다. 올해 해당 분야의 투자를 2배 이상으로 불릴 예정이다.
이달 중순엔 오픈클로(OpenClaw) 기반의 AI 에이전트 서비스 ‘워크버디(WorkBuddy)’와 ‘큐클로(QClaw)’를 잇따라 선보였다.
AI 에이전트는 최근 AI 산업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이메일과 회의록 작성, 문서 정리 등의 회사 업무부터 식당이나 호텔 예약 등 사적인 일까지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오픈클로 기반으로 AI 에이전트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오픈클로는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의 엔지니어 페터 슈타인베르거가 개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소프트웨어다. 챗봇 기능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 파일 작업, 인터넷 검색과 테스트 등을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오픈클로는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면 사람의 개입 없이 전원이 켜져 있는 동안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앱을 직접 가동해 처리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오픈클로에 대해 “차세대 챗GPT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중국에선 오픈클로의 로고 모양을 따서 ‘가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오픈클로를 설치하고 활용하는 행위를 ‘가재 키우기’라고 한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 오픈클로를 다운로드하기가 어렵다. 텐센트는 이달 초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17개 시에서 자사의 클라우드에 오픈클로를 무료로 설치해 주는 행사도 열었다. 각 행사마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 지어 섰다.
○“단기 수익 악화 우려” 목소리 커져
시장에선 AI 에이전트와 관련한 텐센트의 움직임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실적 호조가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AI 관련 투자 규모가 크다는 게 텐센트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최대 라이벌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 역시 너도나도 AI 에이전트 자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텐센트로선 이들을 압도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텐센트가 아직 위챗과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통합 시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못했다”며 “단기 수익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경우 지난 19일 “앞으로 5년 내 AI와 클라우드 사업의 연간 매출을 예년의 5배 수준인 1000억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시장 예상치를 한참 밑돈 실적 때문에 뭇매를 맞았다.
알리바바의 2025회계연도 3분기(2025년 10~12월)의 매출은 2848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에 그쳤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7% 급감한 163억2000만위안이었다.
중국 정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오픈클로의 확산을 경계하는 것도 투자자들로선 부담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2일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기술 콘퍼런스에서 “금융 부문에 AI를 도입할 때 선제적이면서 안전하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가재 키우기’ 열풍은 신기술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면서도 “오픈클로의 성능이 기대보다 낮고, 보안 우려가 높다는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텐센트는 자사가 중국에서 14억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위챗의 운영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서비스 플랫폼들을 위챗과 결합시키면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텐센트 측 주장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